한미 통화스왑 체결 이후 진정세를 보였던 원ㆍ달러 환율이 어느새 1500선까지 폭등하며 외환시장 불안이 재차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신용 경색과 경기 침체가 국내 금융시장을 덮치며 서울 외환시장을 재차 패닉으로 몰아 넣은 결과, 그동안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겼던 환율 1500선을 돌파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이 1500선을 넘어선 주된 이유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친 영향이 가장 크다.
미국 자동차 업계 ‘빅3’의 도산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부진한 경제지표 발표가 연일 계속되면서 이제는 디플레이션 가능성마저 증폭되는 상황이고 이에 따른 암울한 경제전망으로 이어지는 등 총체적 시장 불안에 노출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실물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국내증시를 포함한 전세계 주요 국가들의 주가 급락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달러 매수 심리를 자극, 환율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이 국내 금융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속속 빼나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시장 불안이 재차 확산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된 자금을 공격적으로 처분, 이 돈을 다시 달러로 전환해 본국으로 송금하다보니 외환시장이 불안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외환 당국의 지속적인 외화 유동성 공급에도 국내 외화자금 시장 여건이 좀처럼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원화 약세 기조에 한 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연말을 앞두고 국내 외환거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은행권의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반면 수입업체의 결제 수요와 수출업체의 매도 물량만이 존재, 원화값 하락을 전환할 세력이 부재한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신동준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수급상황만 놓고 봤을 때 외환시장 전반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따른 달러 매수 수요가 절대 우위에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신 애널리스트는 “수입업체의 결제 수요와 외국인 주식 순매도에 따른 달러 역송금 수요가 달러 매수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수출업체의 달러 매물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은행의 한 선임 외환딜러는 “외환당국이 서울 환시에 지속적으로 달러를 공급하면서 외환시장 불안을 잠재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현 상황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라는 시장의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외환딜러는 “그러나 최근의 증시 불안과 서울 외환시장의 흐름을 고려했을 때 외환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구두개입)에 나서며 달러 매수세를 누그러뜨리는 방법마저 없다면 당분간 원화값 하락 기조는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특단의 대책 없이 이러한 당국의 움직임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의문이고 무엇보다 상승이 불가피한 대내외적 정황들이 언제쯤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인지 예측이 어렵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거래량이 30억달러 내외로 작다는 점 역시 당국의 환시 방어력에는 긍정적이나 각종 외화지원으로 인해 무한정 환시 방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 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이 1500선을 상향 이탈하면서 또 다시 폭등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외환당국의 환시 방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