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꼬리잡기] 대학가, 대면 수업 늘린다는데…정작 학생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입력 2020-10-1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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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완화에 대면 수업 확대 움직임
학생들의 코로나19 감염 우려는 여전
열악한 학습 환경으로 교수도 반발
학생들은 '선택권' 요구…현실적 문제도 존재

▲사회적 거리 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면서 대학가에서도 대면 수업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이 보인다. 사진은 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의 모습.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 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면서 대학가에서도 대면 수업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이 보인다. 사진은 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의 모습. (연합뉴스)

#최근 대면 수업에 참여한 서울권 4년제 대학생 A(24) 씨는 자칫 코로나19에 걸릴까 봐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일단 대면 수업이 결정되면 무조건 수업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 전국 각지의 학생들이 대면 수업을 위해 갑작스럽게 등교하는 상황에서 혹시라도 학교를 나간 날 감염자가 등교한다거나 본인이 감염자가 될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정부가 한글날 연휴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완화했다. 이에 따라 대학가에서도 대면 수업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세대는 12일 당초 혼합 또는 전체 대면 수업으로 개설했던 과목 중 20명 이하 실험·실습·실기 과목은 동시 참석자 10명 이하 유지를 조건으로 대면 수업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중앙대는 13일 2학기 잔여 기간 동안 실험‧실습‧실기과목 이외 모든 수업을 비대면을 원칙으로 진행하되 일반·전문·특수대학원 수업의 경우 상황에 따라 일부 대면 수업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외대는 13일부터 제한적 대면 수업인 'Switch 1 On' 방식으로 학사운영을 한다고 공지했다. 수강생이 12명 이하인 과목은 대면 수업을 시행하고, 13명 이상일 경우엔 동시송출을 통해 대면‧비대면 병행수업을 갖는다. 대면‧비대면 병행 수업은 매주 강의실 대면강의와 실시간 온라인 송출을 병행하고, 홀수학번은 홀수주차에 짝수학번은 짝수주차에 등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대학가의 이 같은 제한적 대면 수업 결정을 두고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다. 방역 미비로 코로나19에 대한 감염 우려가 여전해 대면 수업에 나가기 꺼림칙할뿐더러 완전한 대면 수업이 아니라 온라인·오프라인 동시 송출 등의 방식으로 진행되기에 수업을 듣는 양쪽 학생들의 학습 환경이 열악해져서다.

한국외대 총학생회에서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제한적 대면 수업 방침에 반발해 서울캠퍼스 본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총학은 학교의 대면·비대면 강제 병행 방침이 코로나19 감염을 걱정하는 '비대면 수업' 희망자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수업의 질을 우선으로 하는 '대면 수업' 희망자의 '학습권'을 모두 침해한다며 학생들에게 수업 방식의 '선택권'을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에서는 학교 측의 제한적 대면 수업 방침에 반발해 서울캠퍼스 본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외국어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한국외대 총학생회에서는 학교 측의 제한적 대면 수업 방침에 반발해 서울캠퍼스 본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외국어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코로나19 감염 우려 여전…방침 반발로 노숙 농성하기도

대면 수업 확대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주요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감염 우려다. 비록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됐지만, 확진자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고 학교의 방역 시스템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나현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은 코로나19와 관련한 학생들의 우려에 대해 "전국의 학생들이 대면 수업을 위해 학교로 다 모이게 되면 인근 카페·식당·술집으로 모일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당연히 코로나19 지역감염에도 취약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A 씨는 "대학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모이기 때문에 집단 감염이 일어났을 때 곳곳에 확산할 위험이 크다"며 "만약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학교가 책임져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B(25) 씨도 "대면 수업으로 인해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집단감염의 도화선이 될 것 같아 당분간은 비대면이 옳은 것 같다"며 "아직 코로나19를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학생들의 반발과 관련해 한국외대 관계자는 "학교는 학생들이 좀 더 충실하고 알찬 내용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코로나19 상황도 고려해서 사전에 공지한 기준을 충실히 준수해나가자는 입장이었는데 학생들은 아무래도 혼란스럽다고 느낄 수 있다"며 "외부인 출입금지·다중이용시설 제한 운영·최소한의 신분확인 등 기본적인 방역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한적 대면 수업의 강의 환경이 열악하다는 문제도 있다. 사진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비대면·온라인 강의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제한적 대면 수업의 강의 환경이 열악하다는 문제도 있다. 사진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비대면·온라인 강의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열악한 학습 환경으로 교수도 반발…수업 진행 안 돼

제한적 대면 수업의 강의 환경이 열악하다는 문제도 있다. 아직 완전한 대면 수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어 대면·비대면 강의가 동시에 진행되기도 하는데 제대로 된 환경이 구축돼있지 않아 교수자의 '수업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면 수업이 일부 진행되고 있는 한국외대에서 김나현 총학생회장은 "학교에서 카메라나 마이크 등을 제대로 구비하지 않고 동시송출 수업을 진행하라고 한 상황이어서 판서가 안 보이거나 강의 내용이 들리지 않는 등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수업을 제대로 듣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학교가 갑작스러운 대면 수업에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대학생 C(23) 씨는 "학교는 수업의 질을 높이려면 대면 수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동시송출로 강의를 들어보니까 교수님의 목소리가 울려서 하나도 못 듣는 등 수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수업의 질이 너무 떨어져 차라리 전면 비대면이나 대면 수업을 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수업의 질에 대한 불만은 학생뿐만이 아닌 교수에게도 있다. 1학기에는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다 최근 대면 강의를 시작한 교수 D 씨는 "강의를 비대면으로 집에서 듣는 학생들은 깨끗하게 송출이 안 되거나 마이크의 하울링 현상 등으로 인해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듣고 있다"며 "일일이 진도 나가기에도 바빠 학생들이 말을 얼마나 이해했는지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D 씨는 "학생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볼 수 있고 이해 정도도 확인할 수 있어 사실 교수들에게 대면 수업만큼 좋은 건 없다"면서도 "그런데 온라인 송출 부분에 있어서 제대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학교 측에서 이 상황을 확인하고 대면 수업을 하자고 한 것인지, 어느 정도까지 시험해서 전면방침으로 내세웠는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동시송출 수업이 진행되는 한국외대 총학생회 측에서는 대면 혹은 비대면 수업을 학생들이 직접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나주 동신대학교에서 동영상 라이브 교양 강의를 하는 모습. (뉴시스)
▲동시송출 수업이 진행되는 한국외대 총학생회 측에서는 대면 혹은 비대면 수업을 학생들이 직접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나주 동신대학교에서 동영상 라이브 교양 강의를 하는 모습. (뉴시스)

학생들은 수업 선택권 요구하지만…현실적 문제도 존재

동시송출 수업이 진행되는 한국외대 총학생회 측에서는 대면 혹은 비대면 수업을 학생들이 직접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특수한 상황 속에서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라는 것이다.

김나현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은 "방역 지침을 잘 지켰을 때 소규모로 대면 수업을 하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 하는 학생들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시행하는 학교도 많이 있어서 인원을 조절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대면 수업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강제 등교로 많은 위험을 무릅쓰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학생들에게 수업 선택권을 줄 수 있게끔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화여대는 수강 인원이 50명 이상이면 비대면 수업을 원칙으로 하고 그 이하는 대면 수업을 하되 학생이 원하면 비대면 수업을 택할 수 있는 '선택제'를 시행하고 있다. 강의실에서 교수자의 대면 수업이 진행되고, 동시에 비대면 수업(실시간 송출·대면 수업 녹화본·사후 업로드 등)이 함께 제공된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혼합수업을 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대면으로 몰리지는 않는다"며 "실시간 송출 등 비대면 수업 방식은 교수자가 교과목 특성에 맞게 재량으로 정하고 학교에서 지침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식에 대해선 일부 우려가 존재한다.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교수자의 준비 작업이 필요한데, 이를 대면수업과 동시에 병행하기엔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대면·비대면 수업을 모두 경험한 교수 D 씨는 "개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선택권을 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는 있다"면서도 "PPT를 만들고 대본을 쓰고 영상을 제작하는 등 녹화 강의를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해 온 새벽을 갖다 바쳐야 한다. 동영상 수업이 말 그대로 그렇게 쉽지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수업을 계속 대면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를 진행 중"이라며 "학교의 방침과는 다르더라도 일단은 구성원들이 원하는 대로 진행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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