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 그린스완의 해법]③‘탈석탄’ 한국의 그린워싱 민낯

입력 2020-10-1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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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기관들의 ‘탈석탄 선언’을 이끌려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후금융 전문가는 무엇이 ‘녹색’인지 명확히 구분하고,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관련 기준을 토대로 비재무공시를 강화해 ESG 투자 환경을 조성할 것을 제언했다.

정부, ‘탈석탄’ 외치면서 해외 석탄개발...‘이중적’ 행보 비판

선언문은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은 베트남 순방에서 한국과 베트남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약속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균형 있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교역을 증진시킨다”는 게 골자다. 두 나라는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에너지 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지속가능한 미래와 석탄발전 투자는 양립할 수 없는 관계다. 선언문만 남긴 채 한국의 석탄발전 투자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5일, 한국전력은 예정대로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치권과 금융업, 환경단체 등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전은 투자를 강행했다.

▲베트남의 한 마을 뒤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회색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출처=LA타임스)
▲베트남의 한 마을 뒤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회색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출처=LA타임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저개발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녹색기후기금(GCF) 공여액을 2배로 늘리겠다고 말했지만, 정작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계속하는 한 ‘그린워싱’을 자처하는 꼴”이라며 비판했다.

글로벌 투자자들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네덜란드 공적연금은 한전의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이 부족하다며 한전의 지분을 처분했다. 블랙록 역시 해당 사업 추진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전달했다.

국제사회에선 한국이 기후위기에 직면해 탈탄소화 전환을 추구하는 그린뉴딜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꼬집었다. 줄리언 빈센트 국제NGO ‘마켓포스’ 대표는 “단기 수익에 기댄 투자 결정은 장기적으로 한국의 국제적 평판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자국에서는 미세먼지 등을 이유로 탈석탄을 선언해 놓고 해외 석탄발전에 적극 투자하는 행태는 위선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린워싱 방지 위해 명확한 녹색 방향 정립 필요”

기후금융 전문가는 무엇이 ‘녹색’인지 명확히 구분해야 ‘그린워싱’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녹색분류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녹색분류체계’는 그린 워싱 피해를 막기 위해 어떤 산업·투자·기술의 친환경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가이드를 의미한다.

녹색 기준이 명확해야 공적ㆍ민간 금융 흐름이 정부 환경목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 딜’을 추진하는 EU집행위원회가 처음 착수한 작업 역시 녹색분류체계(EU Green Taxonomy) 개발이다.

문제는 국내 기준에 맞는 ‘녹색분류체계’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녹색채권에서 참고하는 기준은 글로벌 공통 지침을 따른다. 녹색 사업 사례를 담고 있지만, 사업 목록이 완결적이지 않고 국내 현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목록에 없는 프로젝트인 경우, 녹색사업 여부를 전문가 개인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최초ㆍ최다 ESG 채권 인증 이력을 보유한 이옥수 딜로이트안진 이사는 “글로벌 기준에서 제시하고 있는 방향성을 주축으로 하면서 그린워싱 이슈를 방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며 “국내 현황을 고려한 상세한 지침이 있어야 한국형 녹식분류체계(K-텍소노미)도 존재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 업계에선 국내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모든 사업을 완결적으로 포괄하기 어렵다는 한계점도 짚었다. 기업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새로운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관련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옥수 이사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대원칙을 제시하고, 관련 세부 지침도 최대한 상세히 제공해야 한다”며 “전문가들이 판단할 수 있는 판단 근거도 함께 담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 8월,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서울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녹색금융 추진 태스크포스(TF) 첫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지난 8월,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서울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녹색금융 추진 태스크포스(TF) 첫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최근 정부는 ‘그린 뉴딜’ 발표와 함께 관련 부처별 지원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환경부는 K-텍소노미를 마련하고 있다. 국내에서 녹색금융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업은 무엇인지 범주와 범위 등을 제시할 계획이다. 관련 외주 연구 용역은 진행 중이며 올해를 넘길 전망이다.

환경부는 “현재 녹색 기준을 어느 정도까지 구체화해야 할지 논의 중”이라며 “지난 8월, 금융당국과 함께 발족한 ‘녹색금융 추진 태스크포스(TF)’와 지속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융기관이 K-텍소노미를 적용한 상품을 발행할 수 있도록 2021년 ‘녹색금융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SG 공시 의무화로 녹색투자환경 조성해야”
한편, ESG(환경·사회적책임·기업지배구조) 공시를 의무화해 녹색 투자 환경을 조성하자는 제언도 나왔다.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해줘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유럽 연합 역시 EU 분류체계를 마련하면서 관련 공시 규정도 함께 손 봤다.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기업공시 의무(비재무 정보 보고지침 NFRD)를 강화하고, 금융서비스 부문의 지속가능성 관련 공시 규정도 신설했다.

국내에선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ESG 정보 공시 의무화를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민형배 의원은 “ESG 정보공개 의무화는 지속가능금융의 기본 정책”이라며 “ESG 공시에 대한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의 정책이 있었지만, ‘녹색’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나왔을 뿐, 모호한 투자 대상에 시장 혼란만 커졌다”며 “녹색분류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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