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화웨이발 스마트폰 시장의 지각변동

입력 2020-10-0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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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다른 IT 완제품과 달리 유독 휴대폰 시장은 경쟁 구도가 급변해 왔다. 노키아,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블랙베리, 팬택 등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브랜드다. 그만큼 휴대폰 시장의 기술과 트렌드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막대한 연구개발 및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고, 부품 공급망이 쇠락한다. 몰락한 브랜드가 화려하게 재기한 사례는 없다.

시장 논리가 아니라 국가 간 정치적 갈등 때문에 추락하는 경우도 처음이다. 중국 화웨이 얘기를 하고자 한다. 화웨이는 지난해 2억400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애플을 추월했고, 1위인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6000만 대로 좁혔다. 글로벌 스마트폰 1위가 되겠다던 화웨이의 공언이 곧 실현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공교롭게도 미·중 무역전쟁의 중심에 서게 됐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1차 제재가 시작된 지난해 5월부터 중국 외 해외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12.7%를 고점으로 최근 8월에는 5.5%까지 존재감이 약해졌다.

그래도 중국에서는 화웨이를 지키고자 하는 중국 국민의 애국적 소비 성향과 초기 5G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절대적 경쟁 우위에 기반을 둬 화웨이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7월에는 자국 내 점유율이 48%로 역사적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하지만 9월 15일 자로 미국의 추가 제재가 발효됐고, 운영체계 및 생태계, 부품 조달 면에서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화웨이는 미국 기술 없이 홀로서기를 시도해야 한다. 당장 운영체계부터 구글의 안드로이드 대신 화웨이가 독자 개발한 ‘훙멍((鴻蒙, Harmony)’을 쓰기로 했다. 스마트폰은 하드웨어에 앞서 앱 개발자를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 싸움으로 변모한 지 오래다.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 이외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과거 윈도모바일 기반의 ‘옴니아’폰을 기억하는가?

안드로이드 기반 앱은 2500만 개를 넘지만, 훙멍 기반 앱은 4만여 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다. 훙멍에 기반을 둔 충분한 앱이 뒷받침되기 어려울 것이고, 중국 밖 소비자들이 안드로이드 앱을 활용할 수 없는 화웨이폰을 선택할 이유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화웨이는 내수 기업으로 전락할 것이고, 내수 시장에서도 오포, 비보, 샤오미 등에 잠식당해 지배적 지위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의 조달 차질이 옥죌 것이다. 추가 제재 전에 충분히 부품 재고를 확보하려 했겠지만 길어야 6개월이다. 중국산 부품으로 대체한다면 당연히 성능이 떨어진다.

미국의 고강도 제재가 유지된다면, 화웨이의 내년 스마트폰 생산량이 3000만 대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2년 사이에 2억4000만 대에서 3000만 대로 역대급 몰락일 수 있다.

남의 불행에서 나의 행복의 기회를 찾는 것이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다. 화웨이의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량 중 1억4000만 대는 중국 안에서, 1억 대는 중국 밖에서 팔았다. 1억4000만 대 수요는 오포, 비보, 샤오미가 차지하려고 경쟁할 것이고, 1억 대 수요는 주로 삼성전자와 애플에 기회일 것이다. 특히 화웨이는 프리미엄 전략에 성공한 중국 브랜드이고, 판가 600달러 이상 고가 휴대전화 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영역은 삼성전자, 애플과 직접 경쟁하는 시장이다.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던 글로벌 업체들도 당장은 고통을 호소하겠지만, 또 다른 중국 3인방과 거래를 확대하기 위해 영업력을 가동할 것이다. 당장 삼성전자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은 올해 2억7000만 대에서 내년에는 3억1000만 대를 넘어서며, 단숨에 4000만~5000만 대가 증가할 전망이다. 주로 갤럭시 A 및 갤럭시 M 시리즈의 활판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성장이 정체돼 있던 국내 스마트폰 부품 업계에도 반가운 훈풍이 불 것이고, 출하량 모멘텀이 부각될 것이다. 주식 시장에서도 중요한 투자 아이디어가 될 것이다.

화웨이(華爲)는 ‘중화를 위하여’라는 의미다. 사명부터 정치색을 강조하더니 G2 간 정치적 갈등의 희생양이 되는 운명을 맞게 됐다. 화웨이가 기댈 건 미국 정권 교체 시 입장 변화 가능성과 중국 내 애국 소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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