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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창근 칼럼] 경제민주화, 헌법 119조1항 ‘자유’의 파괴

입력 2020-09-28 18:30

주필

‘경제민주화’라는 주술(呪術)이 끈질기다. 거대 여당이 밀어붙이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제·개정안)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소신을 내세운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논쟁적 이슈로 다시 달아올랐다. 경제계가 그토록 반대하고 부당성을 수없이 호소해온 반(反)시장 법안이다. 경제를 민주화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

경제민주화는 김종인의 용어다. 알려진 대로 1987년 9차 헌법개정 때 개헌특위 경제분과위원장을 맡았던 그가 119조2항으로 ‘국가는 경제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끼워 넣었다. 하지만 앞의 1항 ‘대한민국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자유와 창의 존중을 기본으로 한다’는 원칙과 상충하면서 줄곧 논란이 빚어져 왔다.

김종인이 2012년 18대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 섰고, 2016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나서 다음 해 문재인 정부 출범을 이끌었을 때도 간판은 경제민주화였다. 독일식 ‘사회적 시장경제’가 모델이다. 시장경제의 틀을 인정하되 국가의 시장개입이 강조된다.

그것을 한국에 이식(移植)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문제의 본질은 국가통제가 경제민주화와 동의어로 헌법의 두 규범인 ‘자유’와 ‘민주’가 충돌하는 데 있다. 무엇보다 경제민주화가 경제자유의 억압을 전제로 논의되고 ‘민주’가 ‘자유’를 무시하는 모순이 생기면서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이고, 자유와 평등이 핵심가치다. 민주주의의 해석은 주권을 갖는 국민 개개인의 자유로운 선거 참여와 권리의 평등에 바탕한 정치이념을 말한다. 경제에 대입하면 개인과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 그것을 위한 공평하고 균등한 기회가 이상(理想)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경제민주화는 경제문제를 정치화하고, 정치로 경제를 재단(裁斷)하는 것으로 변질됐다. 민주주의가 오염되고 왜곡된 포퓰리즘이다. 가진 자와 못 가진자,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편을 갈라 다수 약자의 증오를 부추기고, 잘못된 경제현실의 책임을 부자와 대기업에 덮어 씌운다. 우리가 익히 보고 있는 행태다. 포퓰리즘 경제는 필연적으로 몰락과 쇠퇴의 길로 간다. 손꼽히는 부국(富國)이었던 나라를 완전히 말아먹은 포퓰리즘의 끝을 남미 베네수엘라가 생생히 증명한다.

헌법 119조2항은 경제민주화를 위한 통제의 당위성을 ‘균형 있는 국민경제 성장, 적정한 소득분배,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주체 간 조화’로 서술한다. 1항의 ‘자유와 창의에 기반한 경제질서’의 한계, 시장의 실패를 전제한 것이다. 양극화, 분배 불균형, 중소기업 쇠락, 비정규직 소외 등 자유시장의 모순이 적지 않고,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다. 그러나 국가권력이 시장의 자율시스템을 대신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발상은 민주화의 허울을 쓴 사회주의 통제경제다.

시장도 실패한다. 그럼에도 불완전하고 오류가 많기로는 국가권력이 훨씬 더하다. 경제민주화 정책은 그동안에도 많았다. 한결같이 상생이니 동반성장이니 공정이니 그럴듯한 구호의 대기업 찍어누르기였다. 출자총액 통제, 순환출자 금지, 은산(銀産)분리, 대주주 의결권 제한, 노동이사제, 골목상권 보호…. 하지만 그 부작용과 실패를 옮기기에는 이 지면이 좁다.

공정경제 3법도 재벌개혁 드라이브다. 대기업의 오너 중심 지배구조를 무너뜨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벌이 모든 악(惡)의 근원이라는 정치논리다. 답답한 건 무엇을 위한 재벌개혁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반드시 국민의 경제적 삶이 나아지는 결과여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양극화가 해소되며, 국민이 안정된 소득을 얻는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을까? 공정한 경쟁과 대·중소기업의 상생이 촉진되고, 소득분배가 공평해지며, 우리 기업들이 외국 투기자본의 공격에서 더 안전해질까? 그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으니 자폐적(自閉的)이다.

지금 경제민주화는 민주의 최우선 가치인 자유를 파괴함으로써 본말(本末)이 뒤집혔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투자와 생산·소비 확대로 일자리를 늘려 소득증대와 함께 국민들이 고루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자유와 창의를 통한 시장 발전이 그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이다. 민주주의의 역사 또한 개인과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자유를 최대한 신장시키면서 발전했다. 경제도 민주주의도 거꾸로 가고 있는 거다.

kunny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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