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4차 산업혁명]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

입력 2020-08-0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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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교수, 전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

일본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제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 구심점은 지난 60년 동안 일본 정부 지원 아래 운영해 오고 있는 기술연구조합(CIP)이다. 기술연구조합은 다수의 기업, 대학, 독립연구법인들과 협력 아래 공동 시험연구를 수행함으로써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를 극복하고 기술 실용화를 꾀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인이다. 일본 정부는 1961년 영국의 연구조합을 본 따 ‘광공업 기술연구조합법’을 제정했다. 이를 2009년 ‘기술연구조합법’으로 바꿔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 운영되는 기술연구조합 수는 현재 58개로 이중 46개가 경제산업성 산하에 속해 있다.

일본 정부가 기술연구조합을 다시 전면에 들고 나온 배경에는 1980년대 이후의 일본 반도체 산업을 약진시킨 성공의 역사를 되살리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일본 반도체기업들은 1976년 미국 IBM의 차세대 컴퓨터에 대항하기 위해 ‘초LSI(대규모 집적회로)기술연구조합’을 설립했다. 일본은 이 조합을 1980년까지 운영하며 미국 반도체 산업을 제쳤다. 이에 맞서 미국이 국방부 주도의 반도체연구소(SEMATEC)를 설립하고, 국립과학재단(NSF)을 통해 산학 공동연구를 추진하면서 본격적인 미·일 반도체 전쟁의 시작되었다. 이 전쟁이 지금은 한국, 미국, 대만, 중국, 일본으로 구성된 ‘2강 2중 1약’의 양상을 띠고 있다. 일본은 완연한 쇠락의 늪에 빠진 형국에 놓여있다.

일본 언론들은 반도체 복원을 꿈꾸면서 몇 가지 중요한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와 미진했던 산학협력의 강화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주 일본 언론에 보도된 2건의 뉴스는 이를 곧바로 상징하는 것이었다.

‘1000km 달리는 EV(전기자동차)에 교토대·토요타가 차세대 전지~’ 라는 제목의 기사는 1회 충전으로 도쿄부터 후쿠오카까지의 1000km를 달리는 EV를 실현하기 위해 현재의 리튬이온전지를 축전능력에서 7배나 능가하는 ‘플로라이드 (불화물)이온 전지’를 개발하는 야심 찬 전략을 소개했다. 리튬이온전지의 한계를 넘어서는 에너지 밀도가 가능한 꿈의 전지로 세계적인 연구개발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분야다. 리튬이온 전지만으로도 세계시장 규모는 3년 후 약 60조 원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일본은 이미 10년 전에 ‘전지를 제패하는 자가 세계를 제패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기술연구조합 리튬이온 전지재료평가연구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축전지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일본은 길거리에 산재한 EV가 태양광발전 등의 전기를 비축한 축전지가 되어 신재생에너지를 사회 전체가 사용하는 ‘거대한 축전지망(網)’을 구축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또 하나의 뉴스는 ‘소프트뱅크와 도쿄대, AI(인공지능)의 공동연구를 개시~’라는 제목으로 시선을 끌었다. AI 분야 산학 공동연구에 관한 뉴스다. 소프트뱅크와 도쿄대는 지난 5월 ‘Beyond AI 연구추진기구’를 설립하고 대학 내에 중핵거점을 설치했다. 7월 말에는 헬스케어와 스마트 시티, 차세대 이동서비스(Mass) 등 4개 영역의 기초연구 과제 10건을 선발했다. 소프트뱅크 그룹과 자회사 야후는 향후 10년간 2000억 원을 투자한다. 소프트뱅크는 데이터 분석과 AI 개발을 지원하는 50명 규모의 전문조직을 만들어 사업화를 뒷받침한다. 도쿄대는 100명 넘는 연구자를 내세워 AI 예측모델 개발 등 각각의 데이터에 대응한 연구를 진행한다. 이른바 기초연구의 사업화 전략이다.

이같은 교토대-토요타, 소프트뱅크-도쿄대의 산학 공동 연구사업은 경제산업성이 추진하는 ‘CIP 제도’를 활용한 것이다. CIP 제도는 향후 대기업, 중소벤처기업, 대학· 공공연구기관 등에 의해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제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와 디지털 자본주의로의 대전환이다. 이같은 대전환 속에서 산업경쟁력 복원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일본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자세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옛날 것을 본받으면서 변화할 줄 알고, 새로운 것을 지으면서도 법도가 있어야 한다. 한국도 ‘포스트 코로나’의 시대를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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