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난영의 과학 놀이터] 궁금하면 오백원

입력 2020-07-2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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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칼럼니스트

좀 오래된 이야기인데, 뉴욕의 한 통신사 조사 발표에 따르면 사람들이 전화 통화 중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나’라고 한다. 추측건대 ‘나’는 통화할 때뿐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자주 쓰는 말 1, 2위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모든 사람이 첫 울음으로 세상에 왔음을 알리는 그 순간부터 밥 숟가락을 내려놓는 때까지 지속해서 갖는 관심사가 바로 ‘나 자신’이고, 일생이라는 게 나를 먹이고 입히고 다듬느라 보낸 그 모든 시간의 합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언급 순위 일위가 ‘나’라는 게 그다지 놀랍지는 않다.

그런데 도대체 ‘나’를 알고 싶어하고, 나를 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연구 논문 수백 권으로도 정확히 답할 수 없는 질문이지만, 나의 성격 혹은 나의 행동 성향에 대한 궁금함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성격에는 ‘타고난’이란 형용사가 흔히 붙는다. ‘어릴 적부터’ 혹은 ‘자기 부모처럼’도 단골 손님처럼 성격과 자주 어울려 등장한다.이 표현들이 보여주듯 부모 자식 간에 혹은 형제간에는 성격이 비슷한 경우가 많고, 그래서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도 유전되는 게 아닐까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유전적 요소가 성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해 6월 퀸메리대학교(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의 마이클 플러스(Michael Pluss) 교수팀이 흥미로운 대답을 내놓았다. 같은 사건사고를 접하더라도 사람들마다 긍정적 혹은 부정적 반응의 강도가 다르고 똑같은 경험이라 하더라도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같지 않은데, 플러스 교수는 이를 사람마다 예민함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예민함이 유전에서 비롯되는가? 이에 대한 대답을 찾고자 연구팀은 1000쌍의 일란성 쌍둥이와 1800쌍의 이란성 쌍둥이로 구성된 2800쌍의 성인 쌍둥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응답 결과를 바탕으로 개개인의 예민성 등급을 결정했다. 설문 대상으로 쌍둥이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즉, 대부분 함께 자라는 쌍둥이의 경우 교육이나 환경에서 동일한 조건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예민함에 미치는 후천적 차이까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의 주장에 따르면 이 등급이 두 쌍둥이 그룹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가를 근거로 예민함과 유전 사이의 상관 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적으로 거의 동일하고, 이란성의 경우 유전자의 절반만이 동일하다. 따라서 등급 차가 이란성보다 일란성 쌍둥이 그룹에서 더 크다면 예민함은 유전과 무관하다는 의미가 된다. 예를 들어 한 일란성 쌍둥이에서 예민 등급이 각각 1과 2 정도로 나왔는데 이란성 쌍둥이에서도 같은 혹은 유사한 등급이 나왔다면, 형제간에 유전 정보가 얼마나 일치하는가는 예민함과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인마다 예민함의 정도가 다른 건 유전적 요인 때문일 확률이 47%, 교육이나 환경의 영향이 중요 역할을 했을 확률이 53%이다. 다시 말해 내가 예민한 성격인 건 전적으로 타고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외부 원인들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고도 말할 수 없다. 이 둘 모두가 거의 같은 정도로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떤 이들은 긍정적인 경험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또 어떤 이들의 경우 그 반대의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유전적 소인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보고서에서는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예민한 성격은 나의 강점일까 아니면 약점일까? 답은 “모두가 될 수 있다”이다. 일례로 긍정적 시그널에 예민한 아이들은 경우에는 좋은 양육의 효과가 높을 수 있다. 반대로 부정적인 경험에 높은 민감도를 나타내는 아이들은 도전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스트레스를 쉽게 받거나 두려움의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반만 채워진 포도주 잔을 놓고 사람들의 생각이 ‘벌써’와 ‘아직도’로 나뉘듯이 예민한 성격에 유전적 기여도가 50%에 가깝다는 연구 결과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나 개인에게는 타고난 게 다는 아니라는 위안을 줌과 동시에 환경에 따라 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거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준 고마운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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