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서울시장' 비극적 결말…박원순이 64년간 걸어온 인생

입력 2020-07-10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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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은 명백한 불법행위’ 알린 인권변호사…친서민 시정으로 지지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2020년 7월 10일 새벽 박원순 서울시장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학생운동 과정에서 감옥살이를 하고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가 등 힘겨운 길을 걸어온 그였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이래 처음으로 서울시장에 세 차례 연속으로 당선된 박 시장은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대선주자 중 한명으로 꼽힌 사람이었다.

1956년 3월 23일 경상남도 창녕에서 태어난 박 시장은 경기고를 졸업하고 1975년 서울대 사회계열에 진학했다. 하지만 유신체제에 항거하는 학생운동에 참여하면서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4개월을 복역하고 제적을 당했다. 이듬해 단국대 사회학과에 입학한 박 시장은 1980년 22회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대구지검 검사로 임용됐지만 1년 만에 검사복을 벗어 던졌다.

변호사로 개업한 그는 고(故) 조영래 변호사를 만나 인권변호사의 길로 들어섰다. 권인숙 성고문 사건, 미국 문화원 사건, 한국민중사 사건 등 당시 사회상을 보여주는 굵직한 사건을 맡았다. 특히 박 시장은 1993년 '성희롱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는 인식을 알린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의 변호인이기도 했다.

당시 박 시장이 고소장에 적은 마지막 문장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호숫가에서 아이들이 장난삼아 던진 돌멩이로 개구리를 맞춘다. 아이들은 장난이지만 개구리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고 썼다.

박 시장은 1994년 참여연대를 설립하고 시민운동가로 변신했다. 새로운 형태의 시민운동을 창안해 사회운동 분야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소액주주 권리 찾기 운동', '국회의원 낙천·낙선 운동', '1인 시위' 등이 그에게서 시작됐다. 2002년부터는 아름다운 재단과 아름다운 가게를 설립해 기부문화 확산과 사회적 기업 설립에 앞장섰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정치권에 발을 들인 박 시장은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으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사퇴하면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가라는 경력을 바탕으로 서울시정의 틀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이 제기되는 등 정치권의 견제가 이어졌지만, 안정적으로 시정을 이끌며 2014년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며 3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임기 동안 '강북 균형발전', '공공 와이파이', '제로페이' 등 친서민 정책으로 서민들의 호평을 받았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전격적으로 투명한 정보공개를 단행하는 등 결단력을 과시하며 한동안 여론조사에서 대권 주자 선호도 1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도 "늑장 대응보다는 과잉 대응이 낫다"며 적극적 조처를 해 지지를 받았다.

박 시장이 마지막으로 직접 발표한 정책은 지난 8일 '서울판 그린뉴딜'이었다. 당시 박 시장은 "세계가 혼란스럽고 방황할 때 저희는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가면 산업화는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대대적 친환경 정책의 밑그림을 내놨다.

하지만 다음 날인 9일 오전 박 시장은 돌연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사라졌다. 이날 오후 딸의 실종 신고를 받고 북악산 일대 수색에 나선 경찰은 10일 오전 0시 20분께 삼청각 인근 산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를 발견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임기는 3180일을 끝으로 멈춰섰다. 향년 64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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