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설사 금융 지원방안 마련

미분양 아파트 매입, 건설사 어음 만기 연장 주기로

정부가 펀드를 조성,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이고, 건설사들의 어음 만기를 연장해 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단, 이 경우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내리는 등 자구 노력을 펴야한다.

아울러 민간이 한국토지공사로부터 분양받은 공공택지중 일부에 대해 해약할 수 있게 허용해주고 공공택지의 소유권이 넘어가기 이전에도 다른 업체에 전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16일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금융위원회는 부동산경기 침체로 인한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고 이로 인해 건설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업체들의 분양가 인하와 같은 자구 노력을 전제로 금융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미분양 아파트를 저감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미분양 펀드를 제시했다. 미분양 펀드란 자산운용사들이 투자자를 모아 펀드를 조성하면 여기에 건설업체들도 참여해 펀드의 아파트 매입 가격 등을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펀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지 않도록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면 해당 건설업체가 차액을 일부 보전하거나 되사들이도록 조건을 달 방침이다. 건설업체의 부도에 대비해 대한주택보증이 보증을 서고 실제 부도가 났을 때는 주택공사 등이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미분양 펀드 투자자에게 소득공제나 금융종합소득 분리 과세 등의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기획재정부가 세수 감소를 우려해 난색을 보이고 있으므로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자금난을 덜 수 있도록 보증기관이 이 채권에 대해 일부 보증을 서 발행과 수요를 촉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보증기관의 특별 보증을 통해 건설업체들의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국책은행이나 시중은행에서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우선 정부는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2조6000여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의 상환을 연장해 달라는 건설업계의 요구에 대해서는 일괄 연장보다 선별 지원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건설업체가 토지공사와 맺은 공공택지 분양계약을 해약해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미 잔금까지 납부돼 소유권이전이 끝난 공공택지와 민간이 자체 조성한 택지를 토지공사가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이 경우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재원마련을 위해 1조~2조원 안팎의 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또 정부는 민간이 분양받은 공공택지는 소유권 이전등기가 이뤄지기 이전에는 제3자에게 매매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을 바꿔 소유권 이전등기 이전에라도 전매를 허용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그러나 전매를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현 상황에서는 매수하려는 업체가 거의 없어 실효성은 의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건설업체들이 쓰러져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지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다각도의 대책을 강구 중"이라며 "이번주나 다음주에 종합 지원책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모든 건설업체가 아닌 회생 가능성 등을 고려한 선별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혀 일부 건설사들의 도산 등 경기 악화에 따른 자연스런 도태에 대해서까지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뜻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