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국민연금 채권 똑따기(단타매매) 괜찮나

입력 2020-05-06 06:00 수정 2020-05-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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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현 자본금융 전문기자

채권시장에서 국민연금이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내로라하는 큰손이자 장기투자기관이 단타매매(일명 똑따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과 불만이다.

실제 채권시장 참여자들이 전하는 최근 국민연금 행태를 보면 10년물 구간에서 지표물을 집중 매수하면서 경과물과 지표물 간 수익률곡선(일드커브) 왜곡을 초래하는가 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각각 시장안정과 금융회사 채권매수여력 확충을 위해 한국은행이 두 차례 실시한 국고채 단순매입에 참여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국민연금이 금융회사들의 비지표 채권 매도를 받아주진 못할망정 되레 비지표물을 팔고 유동성이 좋은 지표물을 매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은의 단순매입 목적을 반감시키는 효과도 있다.

이 같은 여파는 국채선물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매매의 헤지를 위한 반대 매매가 증가하면서 최근 3년과 10년 국채선물시장에서 연기금등의 일별 순매수 내지 순매도 규모가 자주 2000계약 넘게 잡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매매패턴은 국채선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근 연기금이 잔존만기 1년 이하 통화안정증권(통안채)을 매도하고 잔존만기 2년 이하 통안채를 매수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연기금 중에 국민연금도 포함됐다는 관측이다. 이는 한은이 공개시장운영 대상증권을 확대하면서 유동성 조절을 위해 통안채 발행이 확대될 것을 노린, 소위 롤링효과를 노린 투자전략이다. 롤링효과란 채권 잔존기간이 단축됨에 따라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채권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말한다. 발행 확대로 통안채 일드커브가 가팔라질 경우 그 효과는 커진다.

반면, 국민연금 성적표는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들어 2월까지 기금운용수익률은 마이너스(-)0.45%를 기록했다. 이 중 국내채권 수익률은 2.06%. 같은 기간 해외채권 수익률 7.85%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작년 한 해 국내 채권시장에서 거둔 수익률도 3.61%로, 같은 기간 해외채권에서 거둔 수익률 11.85%를 크게 밑돈 바 있다.

국민연금이 이같이 행동하는 이유를 두고 채권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성과평가제도가 변경됐기 때문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즉, 국민연금이 최근 팀별 성과제를 개인 성과제로 변경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한마디로 연금 운용본부 내에서도 각자도생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익을 쫓아 단타매매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 내 채권 담당 관계자는 “다른 팀은 모르겠지만 채권 쪽은 (성과평가제에) 변동이 없다”고 전하긴 했다.

국민연금은 과거 위탁자산운용사들로부터도 원성을 산 바 있다. 실적 평가를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변경하면서부터다. 평가기간 좋은 성적을 내고도 일정순위 안에 들지 못하면 위탁운용사에서 배제되는 소위 레이싱(racing·경주) 시스템이었다. 국민연금으로부터 자산을 맡은 위탁기관 입장에서는 피를 말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국민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조치다. 국민의 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그만큼 자산을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앞선 상황은 다르다. 여러 측면에서 문제 소지가 있다. 우선, 투자 위험이 높은 단타매매를 통해 일정수익률을 그것도 꾸준히 내긴 어렵다. 큰손이라는 측면에서 시장을 메이킹(주도)할 수도 있겠지만, 앞서 밝힌 성적표에서 보듯 꼭 그렇지도 않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에서는 여전채와 회사채에 많은 투자를 하는 국민연금이 캐리만 취해도 수익률은 2%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자칫 운용담당자별로 투자전략이 달라질 수도 있다. 개인별 성과평가가 사실이라면 팀 내 운용전략이 공유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국민연금 내 개별 운용역끼리 시장에서 치고받는 모습을 연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 차원의 책임 있는 투자전략과 전술이 가미되기 어렵다.

끝으로 논란의 소지가 없지 않지만 국민연금은 시장 혼란시 장을 받쳐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락할 경우 종종 국민연금이 매수에 나서며 장을 떠받치는 게 한 예다. 주식시장에서도 이 같은 행위가 용납된다면 채권시장에서도 이 같은 역할을 떠맡아야 하는 게 온당하다.

국민연금이 수익을 쫓는다는 것 자체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다만, 코로나19로 채권시장마저 흔들리던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없었다. 큰손다운 운용행태와 위기 시 시장안정화에 나서는 큰형님 같은 위상을 갖춰 주길 바란다.kimnh2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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