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원유는 죄가 없다

입력 2020-04-22 15:05 수정 2020-04-2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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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림 기자 자본시장 1부.
▲유혜림 기자 자본시장 1부.
국제 유가가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일부 증권사의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이 마이너스 호가를 인식하지 못하면서 멈춰 섰다. 투자자 역시 놀라 얼어붙었다. 화면 속 곤두박질치는 유가만 볼 뿐 손을 쓸 수 없었다. 증권사도, 투자자도 마이너스 호가는 처음이다.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한 증권사의 ‘미니 크루드 오일 5월물’인 경우, 롤오버(선물 만기 연장) 등 주문 불통은 물론이고 캐시콜(강제 청산)마저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 강제 반대매매 등 손실도 이어졌다.

해당 증권사는 마이너스를 인식 못 한 시스템 오류라고 설명하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피해 규모는 밝힐 수 없으며 그 규모 역시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제유가 상품 중 거래가 활발한 크루드 오일 상품이 아니라 '미니 크루드 오일'이라는 설명으로 논란을 일축하기도 했다.

이번 시스템 혼선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말이 아니다. 증권가 역시 현물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파생상품이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을 고려하기 어려웠을 거다. 하지만 시장은 이론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기존 가격 결정 모형으로 설명하기 어렵더라도 단순하게 이해하자면 또 간단하다. '아무도 사지 않으니 내 돈 주고서라도 팔겠습니다', 이렇게 말이다.

이처럼 최근 증시는 이론적으로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이전에 볼 수 없던 변동 폭으로 주가가 출렁이는 등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ㆍ새로운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시스템 오류라고 넘길 게 아니라 '안전장치'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기존 플랫폼 정비를 시작으로 매매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있던 거래사고 사례 등 투자자 보호 대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개인투자자의 진입도 활발한 만큼 더는 미뤄서는 안 될 일이다. 이에 증권가는 '뉴노멀' 시대 속 안정적인 플랫폼을 발판 삼아 시장 입지를 더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역동적인 자본시장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증권가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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