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빤짝하고 그칠 훈령보다 중요한 것

입력 2019-11-0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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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대로 훈령이 시행되는 것이냐.”

법무부가 최근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훈령)’을 제정한 이후 검사들에게 일종의 인사말과 같이 듣는 말이다. 언론과 아슬아슬한 공조 관계를 유지해오는 검찰에게도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이 규정엔 오보를 낸 기자에 대해 검찰청 출입을 제한하거나 개별검사와 수사관의 기자 접촉을 막는 등의 조항이 들어있다. 헌법이 규정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피의사실 공표를 막기 위한 취지는 알겠지만 ‘벼룩 잡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다며 기자들의 반발을 샀다.

훈령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초기에 ‘반짝’할 뿐 폐쇄적인 취재 환경에서 오히려 음성적으로 정보가 오고 갈 공산이 크다. 이른바 '김영란법'이 제정됐을 당시 기업들은 기자들에 대한 취재 편의 제공을 최소화했다. 식당에선 3만 원짜리 ‘영란메뉴’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과거의 관행이 되살아났다는 얘기들이 종종 들린다.

법무부가 훈령을 통해 언론을 통제하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개혁의 성패는 구성원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반성하고,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정도에 따라 갈린다. 불법 딱지를 붙이고 자율성을 뺏겠다는 엄포를 둔다고 해서 변하는 것이 아니다. 훈령에 적힌 법규 때문이 아니라 언론 스스로가 떳떳할 수 있는 취재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아래로부터의 개혁만이 진정성을 확보하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이번 논란은 기자들이 언론 관행을 되돌아보고 논의하는 계기가 됐다. 언론이 과연 검찰 수사 과정에서 ‘워치독(watchdog)’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단지 맹목적, 경쟁적으로 보도하지는 않았는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차장검사는 몇 주간 이어진 서초동 촛불집회를 보고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검사 생활을 하면서 조직에 헌신하고 국가에 봉사한 결과가 이것이냐는 탄식이다. 조국 사태로 국민들은 ‘언론개혁’을 함께 외치고 있다. 더 큰 자괴감이 들기 전에 타의가 아니라 스스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할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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