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미야자키 마사카쓰, ‘돈의 흐름으로 보는 세계사’

입력 2019-09-2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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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의 타락이 로마 몰락 앞당겼다

지금 주요국들은 환율전쟁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지원하기 위한 금리 낮추기 경쟁이 시작되고 이에 따라 자국 화폐 가치 낮추기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역사는 화폐가 지배한다는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주변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은 도움이 된다.

두꺼운 경제사 책을 읽지 않더라고 간략하게 화폐 역사와 경제 성장 역사 사이의 상호관계를 잘 풀어낸 책이 작가 미야자키 마사카쓰의 ‘돈의 흐름으로 보는 세계사’이다. 세계사 관련 책들을 주로 집필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은화, 지폐, 그리고 전자화폐로 변모해 온 약 2500년 돈의 역사를 중심으로 세계사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 책은 어음의 출현부터 영국에서 지폐가 등장하기 시작하는 수백 년간에 걸친 신용경제의 성장을 연속적으로 파악해 ‘장기어음 혁명’이라 평한다. 특히 유럽 전체를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내몬 나폴레온 전쟁은 유럽을 ‘금융 시대’로 이끌었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 영국에서는 파운드 지폐가 법화가 되었으며, 잉글랜드 은행은 통화 발행을 독점하는 중앙은행으로 탄생한다. 여기서 법화란 법정 화폐를 말하며, 국가가 법으로 강제력을 부여한 화폐를 뜻한다.

19세기 후반에 들어서 금본위제를 토대로 하는 파운드 지폐가 세계통화로 자리잡게 된다. 그동안 은화를 통화로 하는 시대에서 ‘금’으로 가치를 담보받은 지폐를 통화로 삼는 시대로 넘어간 것을 뜻한다. 이후 2차 대전이 끝나고 브레턴우즈 체제가 시작되면서 파운드는 달러에 기축통화 자리를 물려주고 만다. 오늘날에는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의 등장으로 화폐는 새로운 상황을 맞기 시작하였다.

현대 사회에서 통화는 최강의 무기이며, 경제와 통화 사이의 상호관계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경제를 정확히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다. 따라서 이 책의 가치는 통화를 중심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기초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책의 구성은 화폐 발전의 시대를 중심으로 모두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은 제목들이 자세하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을 선택해서 읽기 시작하면 금세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로마 몰락의 주요 원인을 저자는 화폐의 타락에서 찾는다. 1세기 말 로마제국의 정복 활동이 마무리되자 로마 제국은 막대한 재정적자 문제로 고심하게 된다. 이유는 시민권을 가진 몰락한 병사의 자손을 부양하기 위한 사회보장비 성격의 지출을 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세금 수입은 줄어들고 말았다. 이유는 원정을 멈춰 전리품이 끊긴 데다 기원전 167년에 접수된 마케도니아 은 광산에 매장된 은이 고갈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세금 수입은 지출의 70~80%에 불과하였기 때문에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선택한 손쉬운 방법은 은화 공급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은 함유량을 줄이게 된다. 주화 가치가 떨어짐으로써 주화 가치가 하락하는 속도와 인플레이션 진행 속도 간의 차이를 이용해 막대한 액수의 사회보장비를 메우기 시작한다. 결국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로마를 몰락시키고 만다. 세금 수입이 줄어들면서 로마를 뒷받침해 온 인프라가 황폐해졌고 곡물 수송망도 느슨해지고 만다. 한때 100만 명까지 살았던 로마에는 6세기 말이 되면 불과 3만 명이 살 뿐이었다.

한편 영국이 세계사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데는 채권 발행 시스템을 완비하였기 때문이다. 명예혁명으로 주권이 왕으로부터 의회로 넘어가자 왕의 채무는 국가의 채무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때부터 국채는 인기 투자 상품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그만큼 영국은 국채 조달로 전비를 수월하게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해군력을 증강해서 프랑스를 누를 수 있었다. 화폐사와 경제 사이의 상호관계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 공병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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