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방명록(芳名錄)

입력 2018-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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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전시회나 출판기념회 등에 가면 입구에 ‘방명록’이라는 것을 놓고 이름을 쓸 것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행사 현장에 다녀갔다는 표시가 되고, 행사를 주최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나중에 누가 다녀갔는지 확인도 하고 또 다녀간 소중한 분들의 이름이니만큼 먼 훗날까지 기념할 만하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을 쓰기를 권하는 것이다.

방명록은 ‘芳名錄’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꽃다울 방’, ‘이름 명’, ‘기록할 록’이라고 훈독한다. ‘꽃다운 이름 기록’이라는 뜻이다. ‘방명(芳名)’, 즉 ‘꽃다운 이름’은 상대방 이름에 대한 존칭이다. ‘어떤 행사에 함께 참여한 사람들을 특별히 기념하기 위하여 그 사람들의 꽃다운 이름을 적어 놓는 기록’을 일러 방명록이라고 하는 것이다. 혹 ‘방문할 방(訪)’을 쓰는 것으로 알아 ‘방문한 사람의 이름 기록’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데 ‘訪’이 아니라, ‘芳’임에 유의해야 한다.

‘芳名’은 원래 여성의 이름을 물을 때 주로 사용하는 말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남녀 구분 없이 사용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여성의 이름을 물을 때는 “청문방명(請問芳名·칭원팡밍)”, 즉 “꽃다운 이름을 여쭙니다”라는 말을 쓰고, 남성의 이름을 물을 때는 “청문존성대명(請問尊姓大名·칭원준싱따밍)”, 즉 “존귀한 성과 큰 이름을 여쭙니다”라는 말을 쓴다.

요즈음 중국에서는 방명록과 함께 이름을 쓸 필기도구로 예전처럼 사인펜이나 볼펜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붓과 벼루를 가져다 놓는다. 중국 전통의 서예를 생활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간 높으신 분들이 자기 이름마저도 제대로 쓰지 못하여 쩔쩔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한자교육과 서예교육에 관심을 더 쏟아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의 영향은 앞으로 더 커질 테니 말이다. 해당 행사에 어울리는 한마디 멋진 말과 함께 남기는 방명은 훗날 기념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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