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악화 '체불임금'이 몰고온 죽음

입력 2008-03-25 15:19 수정 2008-03-2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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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만연 대책마련 시급

미분양ㆍ공사중단 등 건설경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어 건설 현장에서 임금체불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현장인부에 대한 '폭행치사'사건까지 발생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원도의 한 건설현장에서 건설일용노동자가 체불임금을 요구하다 현장소장으로 부터 폭행을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이달 중순에는 국내 한 대형건설사가 시공하는 현장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인부들이 건설사 앞에서 집단시위를 벌인 사태도 발생했다. 건설현장의 임금체불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음을 알려주는 단면이 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와 경찰에 따르면 강원도에 사는 건설 일용직 노동자인 L모(45)씨는 이달 21일 현장소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4일 사망했다.

숨진 L씨가 일하던 현장은 강릉시 포남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원청인 대해개발이 발주하고 드림종합건설과 하청업체인 양지건설이 시공하는 헬리오스텔 현장이다.

그는 그 곳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철근노동자로 일해왔었다. L씨는 자신의 3개월 치 임금 450여만원을 지급해 달라며 21일 항의하는 과정에서 현장소장인 K씨가 휘두른 대형 쇠 스탠드 옷걸이에 가슴부분을 찍혔다. 이후 그는 22일 복통을 호소한 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갈비뼈 골절과 과다출혈로 인해 결국 사망했다.

한편 이 현장에는 숨진 L씨를 비롯해 형틀목수, 철근 노동을 하던 건설일용노동자 40여명이 이 업체로부터 4억원에 달하는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청인 대해개발·시공사인 드림종합건설·하청업체인 양지건설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는 체불임금 전액을 이달 20일에 일시불 지급키로 노사협약 체결했으나 지켜지지 못했다. L씨는 참다못해 항의하다 결국 참변을 당한 것이다.

경찰은 숨진 이 씨에 대한 부검을 실시한 뒤 26일 현장 소장 K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에앞서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경기도 의정부시 장암동 '롯데 아일랜드캐슬' 일용직 노동자 60여명이 지난 17일 롯데건설 본사 앞에서 150여명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4개월여간 15억원의 임금이 체불되고 있다며 시위를 벌였다.

문제가 되고 있는 장암'롯데 아일랜드캐슬'은 호텔, 콘도가 들어서는 위락시설 단지로, 롯데건설이 책임시공을 맡고 있다. 철근, 크리트, 형틀 등 골조부분은 누리산업개발이 롯데건설로부터 하청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하도급 업체인 누리산업개발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4개월에 걸쳐 15억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장애인 일용직 노동자들을 비롯한 150여명의 건설노동자들의 임금이 체불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대해 롯데건설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하도급 업체인 누리산업개발에 매달 대금을 지불했고, 법적으로 아무런 책임이 없다"면서" 다만 원청사로써의 입장을 고려, 중간역할을 통해 원만한 해결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정현 경기도 건설지부 북부지회장은 "대형건설사인 롯데건설이 대규모 임금체불과 함께, 산재은폐, 불법 하도급 선정 등 심각한 불법행위를 일삼고 있음에도 이에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건설 현장에서는 최근 빚어지고 있는 임금체불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체불임금, 건설노동자를 무시하는 건설업체의 태도, 체불임금 해결에 대한 정부의지의 부족이 맞물려 벌어지고 있으며 몇해간 급랭중인 건설경기에 따라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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