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수백억대 차명주식 솜방망이 징계… ‘5%룰’ 위반 제재 강화해야

입력 2018-01-08 10:25 수정 2018-01-0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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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체 주식 1% 넘게 실명전환…김호연 빙그레 회장만 조사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2015년 약 800억 원 어치의 차명주식을 보유한 사실이 발각됐지만 금융감독원은 ‘경고’ 조치를 하는 데 그쳤다. 코스닥 상장사인 한국정밀기계와 경남제약은 지난해 시가총액 10%를 넘는 규모의 주식이 차명에서 실명으로 전환됐지만 과징금이나 차등과세 등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수십 년간 최대주주라며 금감원에 신고해오던 사람이 한순간에 ‘가짜 주인’ 임이 드러났지만 금융당국은 실효성 있는 징계를 하지 않았다.

◇금감원 차명주식 실명전환 솜방망이 처벌 = 더불어민주당 ‘이건희 등 차명계좌 과세 및 금융실명제 제도 개선 TF’에 따르면 2008년 이후 1조9329억 원 규모의 주식이 차명에서 실명으로 전환됐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47건에 달한다.

금감원은 차명주식의 실명전환 공시가 있을 경우 원칙적으로 허위공시 부분에 대한 조사를 모두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량주식 보유자가 실명전환으로 1% 이상 보유량 변동이 있을 경우 그간 허위공시 부분에 대해 다 들여다본다” 며 “사안을 인지하고 조사에 착수, 제재수위를 결정하는 것은 자본시장조사업무규정상 조치기준에 따른다”고 설명했다.

지난 한 해 동안 8개 기업이 5% 이상 대량 보유자가 전체 주식의 1%가 넘는 규모의 차명주식을 실명전환한다며 공시했다. 이 중 금감원이 조사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사례는 빙그레 김호연 회장의 차명주식 사례뿐이다. 실명전환된 주식 규모는 전체 주식 수 대비 2.99%지만 공시일 종가 기준으로 199억 원 규모에 달했다. 빙그레에 대한 금감원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자본시장조사업무규정상 조치기준에 따라 수사기관 통보 이상 중징계가 이뤄지려면 사회적 물의를 야기할 정도의 결과와 고의성 등이 모두 충족돼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이에 막대한 규모의 실명전환이 이뤄진 경우에도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데 상당 시일이 소요되는 상황이다. 하종식 한국정밀기계 대표는 그간 하경자·만규·수형·지형 등 친인척이 보유하던 차명주식 133만1000주를 지난 6월 실명전환 했다. 이는 한국정밀기계 전체 상장 주식의 15.84%에 달하는 규모지만 아직 징계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그간 친인척들은 특수관계자로 사업보고서에 지속적으로 보유 현황을 공시해 왔다.

경남제약 역시 이희철 전 대표이사와 부인인 오수진씨가 함께 최대주주로서 지속적으로 주식 보유량 변동에 대해 공시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이 전 대표는 오 씨가 보유한 주식의 실명인이 자신이라며 상장주식수의 13.77%에 달하는 주식을 실명전환해 단독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는 당시 주가로 132억 원에 달하는 규모로 이 공시 이후 경남제약은 경영권 분쟁 이슈가 불거지며 주가가 급상승하기도 했다.

금감원이 이명희 회장에 대해 ‘경고’ 조치한 이유는 허위공시였지만 차명으로 보유한 지분 규모가 1% 내로 작고 경영권 방어 수단이나 주가 조작 등에 이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차명주식 규모는 신세계 9만1296주(0.92%), 이마트 25만8499주(0.93%), 신세계푸드 2만9938주(0.77%) 등 총 37만9733주(약 827억 원어치)다. 분명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된 사안이었지만 여러 가지 사유가 참작돼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다.

◇민주당 TF “금융당국 감사원 감사 받아야” = 이번 조사를 진행한 민주당 TF는 금융당국에 대해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차명주식의 실명전환 자체가 그간 ‘허위공시’임을 드러낸 것임에도 제대로 된 제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금감원 경고를 받은 이명희 회장 사례는 물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 논란에서도 과징금은 물론 차등과세조차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금융당국이 이 부분과 관련해 근거로 삼은 2008년과 2009년 유권해석이 나오게 된 경위를 추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유권해석들은 현행 금융실명법이나 금융실명제 종합편람에서 “차명계좌도 차등과세 대상이다”라고 밝히는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전문 변호사는 “과징금이나 세금 추징 여부는 입법을 통해 해결할 부분이 더 커 보이지만 ‘5% 룰’ 위반에 대한 금감원의 들쭉날쭉한 징계는 당장 기준선을 제시하고 전수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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