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공간] 이 아저씨를 어떻게 해야 하나!

입력 2017-10-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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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데

어떤 아저씨가 내 속으로 들어왔다

먼 길을 걸어왔는지 바람의 냄새가 났다

아저씨는 바퀴처럼 닳았다

그래도 아저씨는 힘이 세다

아저씨라는 말 속에는

모든 남자들의 정처(定處)가 들어 있다

어두워지는데

어디서 본 듯한 아저씨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더 갈 데가 없었는지

제집처럼 들어왔다

‘아저씨’ 시집 『달은 아직 그 달이다』에서

나는 어디로 보나 아저씨다. 그럴싸한 지위도 없고 직장도 없으니까 달리 사회적 호칭이 없다. 그래서 누가 나를 부른다면 당연히 아저씨다. 그런데 나를 아저씨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얼마 전 집의 창호가 망가져 유리를 갈아 끼우는데 시공하는 사람은 나를 매번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동네 슈퍼의 진짜 사장도 나를 사장이라고 부르고, 단골 사우나의 알바 처녀도 나를 사장님이라고 부르며 인사를 한다. 기분이 언짢은 건 아니다. 그래도 뭔가 잘못되었다.

국어사전에 사장은 회사의 우두머리로, 회사 업무의 최고 책임자라고 나와 있다. 아저씨는 혈연관계가 없는 남자 어른을 친근하게 이르거나 부모와 같은 항렬에 있는, 아버지의 친형제를 제외한 남자를 이른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멀쩡한 아저씨를 두고 왜 모두 사장님이라고 부를까? 호칭에 인심 좀 쓴다고 돈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사장 아닌 사람을 사장이라 대우해줘서 피차 손해 볼 건 없지만 그것이 무비판적으로 통용된다는 게 사회병리 현상 같아서 뭔가가 찝찝하다. 단순한 호칭 인플레이션이라기보다 자본주의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이거나 돈의 가치나 부자를 제일로 치는 사회적 표현 같아서이다. 하긴 학생이나 어린아이들이 어른한테 “여기요, 저기요” 하는 것보다는 낫긴 하지만.

나는 이 시로 아무런 호칭도 갖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삶을 말하고자 한 것인데, 이에 대하여 ‘딩아돌하’라는 인터넷 카페에 재미있는 감상글이 있어 인용해 본다.

“노력해서 얻어지는 호칭이 있고 다른 사람들이 사는 것처럼 그렇게 살다 보니 얻게 되는 호칭이 있다. 누구의 아버지가 그렇고 누구의 엄마가 그렇고 누구의 아들이 그렇고 누구의 딸이 그렇다. 아저씨가 그렇고 아주머니가 그렇다. 어느 날, 살다 보니 나도 아저씨가 되었다. 아저씨가 되려면 그래도 먼 길을 걸어야 한다. 내가 걸어온 길에도 바람이 불었다. 내게도 바람 냄새가 묻었는지도 모르겠다. 힘이 센지도 모르겠지만 정처는 있는 듯하다. 산에 오를 때면 내 속에 들어온 아저씨를 가만히 들여다보곤 한다. 그리고 이 아저씨를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해 본다. 어떻게 대접하지? 초대하지도 않았지만 어느덧 제집처럼 들어온 이 아저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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