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Eye] 美-北, 대화는 진짜 끝났나...불안한 시장

입력 2017-08-0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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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바다’, ‘화염’, ‘화약고’라는 과격한 표현들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대변하는 말로 고착화한 것 같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용인하던 레드라인(한계선)을 북한이 드디어 넘어선 것이라는 점에서 가뜩이나 북한에 강경한 자세로 일관하는 트럼프를 자극하고도 남았다. 휴가 중인 트럼프는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노골적으로 말해 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 대목에서 트럼프는 팔짱까지 끼면서 강한 어조로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의 이같은 도발에 북한 측도 전면전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나섰다. 미국의 선제타격 시도가 드러나는 즉시 남한을 동시 타격하고, 미군 발진기지를 제압하는 등 전면적인 선제타격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미국을 향해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2’로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 작전을 검토하고 있다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결단만 내리면 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자신이 소유한 골프클럽인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에 대해 말하고 있다. 베드민스터/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자신이 소유한 골프클럽인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에 대해 말하고 있다. 베드민스터/AFP연합뉴스

한때 ‘세계의 경찰’ 역할을 자처하던 미국의 지도자가 ‘화염’ ‘분노’ 등 대놓고 공격적인 화법을 쓴 것은 이례적이다. 주요 외신들은 북한이 툭하면 ‘불바다’ 같은 과격한 표현을 쏟아내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안그래도 불안한 한반도 정세에 기름을 부은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대화의 시간은 끝났다”던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발언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다. 지난달 30일 헤일리 대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같은 글을 올렸다. 이후 북한의 ICBM급 발사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 소집과 관련해 발표한 성명에서도 헤일리 대사는 “대화를 위한 시간은 끝났다”며 “(성과를 내지못하면)유엔 안보리에서 긴급회의를 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전면전도 불사할 각오가 있다는 태도로 해석된다.

이를 감지한 듯, 미국의 변화에 중국도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6일 “(한반도 정세는) 위기의 임계점에 가까워지고있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도 가세한 터였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중국의 태도가 달라진 건 트럼프의 발언에 기인한다. 앞서 2일 린지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은 NBC방송 ‘투데이’에서 “만일 (김정은을 막기 위한)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저쪽(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수천명이 죽더라도 저쪽에서 죽지 이쪽(미국 본토)에서는 사망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트럼프의 발언을 전했다. 트럼프는 동맹국인 한국의 피해를 예상하면서도 전쟁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내비친 것이다.

안타까운 건 이런 위기의 상황에 대한 투자심리의 원천이다. 9일 시장은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요동치고 있다. 대부분의 증시는 약세를 보이고, 외환시장에서는 안전자산인 엔화에 자금이 몰린다. 전문가들은 북한 리스크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심리는 악화할지언정 미국 경제에 직접적으로 마이너스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증시는 전날까지 9일 연속 사상 최고치 행진을 보였던 만큼 조정 기회를 엿봤을 거다. 그러다가 북한 리스크가 부상하자 이때다 싶어 매도세가 몰린 것. 일본 증시도 마찬가지다. 직접적인 하락 원인은 엔화 강세 때문에 수출주에 매도 주문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한국의 안위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북한에 대한 도발을 중단하고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헤리티지재단의 선임 연구원 브루스 크리그나는 “필요한 것은 압력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외교의 문을 열어 놓는 것”이라며 “앞으로 갈 길은 멀다. 우리는 북한의 계획 변경을 촉구하는 압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진 않을 것이어서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더라도 시장에 긍정적인 모멘텀은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달 말 미국에서 열리는 경제 심포지엄, 이른바 잭슨홀 미팅 같은 이벤트가 가까워지면 그제서야 시장의 관심은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통화 정책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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