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집권당인 보수당의 긴축 기조에 사회안전망에 구멍이 뚫리자 세금을 더 내겠다는 영국인이 전체 국민 중 과반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8일(현지시간) CNN머니가 보도했다.
영국 사회태도 조사에 따르면 영국 국민의 48%는 현재 수준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데 찬성했다. 48%의 응답자는 정부가 건강, 교육 등 사회적 혜택을 늘리는 방편으로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수준의 세금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영국인은 44%였고, 감세를 주장하는 비율은 4%에 그쳤다. 2004년 이후 증세를 지지하는 영국 국민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영국 보수당은 2010년 집권 이후 중앙 재원을 긴축하는 데 힘썼다. 복지를 축소하고 공공 부문 임금을 동결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영국 적십자사는 올해 초 국가 보건 시스템이 공급 대비 높은 수요 때문에 인도주의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국가 보건에 경고음이 울리자 긴축 예산을 지속할지가 이달 초 치러진 영국 총선의 주요 화두로 떠올렸다.
영국에서 테러가 빈발하고 최근 24층 고층 공공 임대아파트 그렌펠타워에서 화재까지 발생하자 긴축을 폐지하고 증세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았다. 올해만 영국에서 테러가 3번 발생했는데 이는 보수당 정부가 경찰 인력을 줄인 탓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그렌펠타워에서 화재가 발생해 79명이 사망한 것도 정부의 긴축 정책의 영향으로 사회 안전망에 구멍이 뚫린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 8일 총선에서 노인 복지 공약 축소를 주장한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한 것도 긴축 예산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더했다. 조기 총선으로 기존보다 의석을 늘린 노동당은 대기업의 법인세를 현행 19%에서 26%로 올리고 고소득자의 세율을 현행보다 5~10%P 높이는 정책을 내놨다. 이를 포함한 노동당의 공약은 1983년 이후 가장 좌파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BBC에 따르면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대표는 경찰, 소방관 등을 위한 예산을 늘리고 안전과 공공 서비스 부문의 긴축을 완화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코빈 대표는 27일 의회 연설에서 “보수당의 긴축으로 우리의 안전은 위협받았다”며 “그렌펠타워의 비극이 그 결과”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