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 종이 카네이션도 안 되는 사회

입력 2017-05-1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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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차장

15일은 제36회 스승의 날이었다. 스승의 날은 교권(敎權)에 대한 존중과 스승에 대한 공경(恭敬)의 사회적인 풍토를 조성, 교원의 사기 진작과 사회적인 지위 향상을 위해 지정된 날이다.

하지만 여느 기념일과 달리 사연이 많은 날 중 하나이다. 1963년 5월 26일 청소년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에서 5월 26일을 스승의 날로 정했으나, 1965년부터는 세종대왕 탄생일인 5월 15일로 변경했다. 1973년 정부의 서정쇄신(庶政刷新) 방침에 따라 스승의 날은 한동안 폐지되었다가, 1982년 스승을 공경하는 풍토 조성을 위해 부활되어 현재에까지 이르고 있다.

예전에는 스승의 날이 되면, 선후배와 재학생들이 옛 은사와 스승을 모시고 ‘은사의 밤’을 열어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고, 카네이션을 달아 드렸다. 또 십시일반(十匙一飯) 모은 돈으로 스승에게 넥타이나 와이셔츠 등 작은 선물을 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아무리 좋고, 존경하는 스승이 있더라도 감사하는 마음 외에는 그 어떤 선물도 드릴 수 없다. 종이로 만든 카네이션조차 달아 드려서는 안 된다.

이는 지난해 9월 28일 본격 시행된 이른바 ‘김영란법(청탁금지법)’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담임교사에게 개별적으로 카네이션을 드리는 행위는 청탁금지법상 금지 대상이 된다. 담임교사는 학생 개인의 성적 평가를 맡고 있기 때문에 카네이션을 건네는 행위는 ‘부정청탁의 이해관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돈을 모아 선물을 전달하는 행위도 금지 대상이다. 다만 이미 성적평가가 끝난 전(前) 학년 담임교사에게는 5만 원 이하라면 선물이 가능하다.

국공립어린이집을 위탁받아 운영하거나,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인 공공기관의 직장 어린이집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원장 역시 법 적용 대상이다.

그러나 원장과 달리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소속 보육교사는 법에 적용받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법인·단체의 대표는 청탁금지법을 적용하되, 그 구성원은 제외한다는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법이 아닐 수 없다. 김영란법의 본래 취지는 부패의 연결고리를 끊어 보다 청렴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해당 법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만, 제자가 스승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손수 만든 종이 카네이션조차 달아 드릴 수 없다면, 과연 이 법은 본래의 취지를 잘 살렸고 만인을 위한 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너무 맑은 물에는 고기가 안 논다는 말이 있다. 법 또한 너무 강제적이고, 포괄적이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너무 멀게 만들 수 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우리 사회가 이전과 달리 투명해지고 있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1년 365일 가운데 단 하루인 스승의 날, 존경하는 스승에게 종이 카네이션조차 인정되지 않는 것은 사회적으로 김영란법에 대한 거부감을 키울 수도 있다. 최소한 사제(師弟)지간에 있어 김영란법을 통한 과도한 규제는 하루빨리 고쳐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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