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우회(迂廻·迂回)

입력 2017-05-1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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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동네 야산을 등산하다가 어느 묘 옆에 서 있는 팻말을 보았다. “우회(右回)하시오”라고 쓰고, 그 아래에 “오른쪽으로 돌아서 가시오”라는 설명까지 써 붙인 팻말이었다. 등산하는 사람들이 묘지 영역을 가로질러 다니다 보니 아예 그게 길인 양 새 길이 생기게 되자, 묘지 주인이 그런 팻말을 세운 것이다. 살펴보니 그 묘지의 오른편에 본래의 길이 있었다. 주인의 뜻이 묘지 오른편에 있는 원래의 길로 다니라는 데에 있음이 분명했다. 등산을 마치고 내려올 때 그 팻말을 봤더니 이번에는 “좌회(左回)하시오”라고 쓰고 그 아래에는 “왼쪽으로 돌아서 가시오”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돌아서 가는 길의 방향이 좌우가 분명할 경우에는 우회(右回) 혹은 좌회(左回)라는 말을 써도 틀리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돌아서 가시오”라는 뜻의 우회는 ‘迂回’ 혹은 ‘迂?’라고 쓰고, 각 글자는 ‘멀 우’, ‘돌 회’라고 훈독한다. 우회(迂?)는 이 길은 다니는 길이 아니거나 위험한 길이니 멀더라도 돌아서 가라는 뜻이다. ‘回’나 ‘廻’는 둘 다 ‘돈다, 돌아서 간다’는 뜻이어서 특별히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廻’는 ‘?(길게 걸을 인)’을 덧붙여 ‘간다’는 의미를 보다 더 분명히 한 것일 뿐이다.

내가 좀 더 빨리 가기 위해 잔디를 밟아 뭉개거나 남의 땅에 없던 길을 내면서 가로질러 가서는 안 된다. 비록 곧바로 갈 수 있는 환경이라고 하더라도 길이 아니면 우회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바른 사람이고 그렇게 돌아서 갈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다.

불법적인 지름길은 범죄에 다름이 아니다. 지름길을 가고 있다고 쾌재(快哉)를 부를 일만은 아니다. 지름길을 가느라 아름다운 꽃이나 맑은 시냇물을 못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회의 여유가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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