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66. 수로부인

입력 2017-03-0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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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도 탐한 빼어난 용모…‘헌화가’ ‘해가’의 주인공

수로부인(水路夫人)은 신라 제33대 성덕왕(聖德王, 재위 702∼737년) 대의 인물로, 순정공(純貞公)의 부인이다. 수로부인은 2수의 향가(鄕歌), ‘해가(海歌)’와 ‘헌화가(獻花歌)’의 주인공이다. 우선 ‘헌화가’와 관련된 일화를 보자.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하러 가던 길이었다. 도중에 바다를 바위 봉우리가 병풍과 같이 둘러친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던 참이었다. 이때 수로부인이 벼랑 꼭대기에 철쭉꽃이 탐스럽게 피어 있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누가 나에게 저 꽃을 꺾어다 줄꼬?”

꽃이 피어 있는 장소가 매우 위태로운 곳이어서 모두 난감해하고 있었다. 마침 암소를 끌고 그곳을 지나가던 한 늙은이가 그 말을 듣고는 꽃을 꺾어다 바치며 노래를 지어 불렀다.

붉은 바위 가에

잡은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이 일이 있고 난 이틀 후였다. 임해정(臨海亭)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바다의 용이 갑자기 수로부인을 끌고 바다로 들어가 버렸다. 이에 한 늙은이가 여러 사람이 부르는 노래에는 힘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남편 순정공이 수로부인을 구하고자 사람들을 모아 노래를 불렀는데, 이것이 ‘해가’이다.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놓아라

남의 부녀를 빼앗아 간 죄가 얼마나 큰가

네가 만약 거역하고 내놓지 않으면

그물로 잡아 구워 먹으리라

이에 용이 바다에서 수로부인을 모시고 나왔다. 수로부인이 바닷속 일을 말하기를 칠보궁전에 음식도 달고 향기로웠다고 하였는데, 그의 몸에서 이 세상에 없는 향기가 풍겼다. 이후에도 수로부인은 용모와 자색이 세상에서 뛰어났기 때문에 깊은 산이나 큰 못을 지날 때마다 여러 번 신물(神物)에게 붙들려 갔다고 한다.

수로부인의 남편인 순정공은 ‘삼국사기’와 ‘일본서기’의 김순정(金順貞)과 동일 인물임을 알 수 있다. 사료에 의하면 신라 35대 경덕왕(景德王, 재위 742∼765년)의 첫 번째 왕비인 삼모부인은 김순정의 딸이었다. ‘삼국사기’와 ‘일본서기’에서는 신라의 고위 귀족인 김순정만을 기록한 데 반해 ‘삼국유사’에서는 그의 아내인 수로부인에 대한 일화를 남겼던 것이다.

수로부인의 일화에서 향가와 관련하여 늙은이[老翁]가 등장하고 있다. 노옹이 ‘헌화가’에서 꽃을 꺾어다 주고, ‘해가’의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로 보아 일반사람이 아닌 불교의 선승이나 도교의 신선, 또는 샤먼적 성격을 가진 이였을 것으로 파악한 것이다. 수로부인 역시 미모가 뛰어난 일반여성이라기보다는 샤먼으로, 신물에 잡혀가는 것은 강신(降神) 현상을 말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향가에서의 수로부인은 누군가의 아내와 어머니가 아니라 그 존재 자체로 칭송받고 있다. 수로부인의 아름다움과 신이함이 당대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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