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되면서 홍역을 앓았던 황창규 KT 회장이 사실상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 동안 기록한 혁혁한 경영 실적이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KT CEO(시이오) 추천위원회는 26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회의를 열고 황창규 회장을 차기 CEO(회장) 후보로 이사회에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이사회는 설 연휴가 끝나고 31일 회의를 열어 황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하는 안건을 확정한다. 황 회장은 3월 정기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공식적으로 재선임된다.
시추위는 이날 황 회장에 대한 면접 심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황 회장은 그간의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경영 계획과 비전 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회장은 지난 3년 임기의 경영 성과에 대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첫해인 2014년 KT는 400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지만, 이듬해에는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2929억 원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2분기 연속 4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3분기 만에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KT 연간 영업이익은 1조4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경영성과는 신용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황 회장은 186%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도 지난 3분기 말 130%대까지 낮췄고, 최근 무디스의 신용 등급도 3년 만에 A 등급을 회복했다.
다만,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부에선 연임을 반대하기도 했다.
검찰 조사에서 KT는 청와대의 청탁을 받고 국정농단의 주역 중 하나인 차은택 씨의 측근을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채용하고, 최순실 씨가 실소유한 회사에 68억 원 규모의 광고를 몰아준 것으로 확인됐다.
KT 새 노조와 일부 야권 의원들은 황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 연루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연임 반대 의사를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하지만 회사 안팎에서는 황 회장의 경영 성과가 긍정적인 데다 정권 교체기 마땅한 후임자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황 회장의 연임이 유력시 됐다.
KT가 검찰에 이어 특검의 주요 수사 선상에서 비켜나 있는 점도 황 회장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설명이다. 황 회장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정식으로 재선임되면 2020년 주총까지 3년 동안 KT를 이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