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 칼럼] 대통령에게도 미용권은 있지만

입력 2016-12-2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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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대통령에게도 미용권(美容權)이 있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용모와 패션은 그 자체로 상징이며 한 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아이콘이다. 여성 대통령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여성 대통령은 더 가꾸고 치장할 수 있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무엇을 했느냐는 의문과 추궁 끝에 성형 의혹이 제기됐고, 언론은 지금 별별 이야기를 다 쓰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전개와 등장인물의 속성엔 일정한 선정성이 있다. 언론은 연일 ‘대통령의 속곳까지’ 곁눈질하며 보도경쟁을 일삼고 있다. 공을 인정해온 사람들도 지금은 ‘지라시 언론’의 행태에 신물을 내고 있다.

며칠 전에는 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이 노무현 대통령도 성형수술을 했는데 뭐가 문제냐며 박 대통령을 두둔하고 나섰다. 맞는 말 같지만 빠뜨린 논점이 있다. 성형수술이든 시술이든(진짜 그걸 했다면) 중요한 것은 시점이다. 윗눈꺼풀이 처져 눈을 가리는 상안검이완증(上眼瞼弛緩症)을 없애려고 노 전 대통령이 쌍꺼풀 수술을 받은 것은 2005년 2월 4일(금)이었다. 5일 토, 6일 일, 7일 월요일에 이어 8~10일은 설날 연휴였다.

이에 비하면 박 대통령은 4월 16일(수) 평일에 시술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하필 그날 세월호라는 미증유의 사고가 발생해 문제가 됐는데, 보도가 맞는다면 박 대통령은 늘 수요일에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혼자서 드라마 시청을 즐겼다고 한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이것도 그런 ‘수요일 사용법’의 일환이었는지 모른다.

어쨌든 수술이나 시술을 언제 하든 그 시간에 대통령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이 중지되지만 않으면 된다. 그런데 당시 비서실장도 국가안보실장도 대통령이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대리인들을 통해 헌재에 보낸 답변서에서 “사고 당시 청와대에서 정상 근무했고, 대규모 인명 피해 정황이 드러나자 신속하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나가 현장 지휘했다”고 밝혔지만 납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시기도 그렇지만 그 다음도 문제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수술 9일 후인 13일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이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연휴 직전에 수술했고, 청와대 내부 의무실에서 서울대병원 의료진에 의해 수술이 진행됐다”고 브리핑했다. 부인 권양숙 여사도 수술을 받은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숨기고 감추고 부분적으로 거짓말을 함으로써 ‘대통령 행불’의 7시간에 대한 의혹을 스스로 키웠다. 대국민 3차 담화(11.29) 때 “가까운 시일 안에 경위에 대해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다”고 기자들에게 말했지만 이제 그런 기회도 없어졌다.

요컨대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직위에 걸맞은 공공의식과 공개념이 부족한 사실이 4월 16일을 통해 드러난 셈이다. ‘여성으로서의 사생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공적 생활이다. 대통령의 시간은 국가와 사회의 공공재산이며 위임된 시간이다. 그런 생각으로 근무시간을 활용하고 안배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의 24시간 일정을 공개토록 정부조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언론은 위와 같은 문제의식과 대의에서 대통령의 성형 의혹을 보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경쟁이 지나쳐 선정적인 가십 기사를 단독이라고 과대 포장해 유포하고 오보로 밝혀진 것도 정정하지 않는 행태가 여전한 점이다. 언론이나 국정조사 청문회를 하는 국회의원들은 성형시술 자체가 문제인 게 아니라 국정 최고 책임자의 기능과 역할 수행을 따져보는 게 초점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자세로 탐사와 검증을 해야만 의미가 있고, 독자나 시청자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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