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리더십이 흔들리게 됐다. 프랑스 공직자 특별법원인 공화국법정(CJR)은 19일(현지시간) 라가르드 총재가 재무장관 재임 시절 과실로 기업가에게 부당한 혜택을 제공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CJR은 이날 판결문에서 “라가르드 총재는 재무장관 시절 정부가 4억300만 유로(약 5000억 원)를 기업가에게 주는 것을 막았어야 했다”며 “그는 2008년에 발생한 보상금에 대해 항소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에는 아디다스 전 소유주인 베르나르 타피가 있다. 타피는 프랑스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던 은행 크레디리요네와 분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라가르드는 2007년 해당 건을 민간중재기관에 보냈으며 이 중재기관은 정부가 타피에게 4억 유로 이상을 보상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 중재결정은 2007년 프랑스 대통령선거에서 니콜라 사르코지를 지원한 타피에게 유리하게 나와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라가르드는 당시 결정에 항소하지 않은 이유로 기소됐다.
지난해 2월 항소법원이 타피에게 보상금을 반납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타피가 항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법원은 이날 라가르드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벌금이나 징역형 등 형벌을 부과하지는 않았다. 이에 라가르드는 IMF 총재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IMF 이사회는 라가르드가 감옥에 갈 가능성에 대비해 긴급 회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프랑스 정부는 판결 후 성명에서 “우리는 라가르드가 IMF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확신을 유지할 것”이라고 라가르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날 판결은 라가르드의 리더십은 물론 IMF의 신뢰성에도 타격을 입혔다는 평가다. NYT는 국제 엘리트 집단으로서 IMF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더욱 고조될 것이며 IMF는 늘어나는 대중의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수년간 IMF는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과 브라질, 멕시코 등 신흥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유럽 고위관리에게 자동으로 상위 직책을 부여했다. 최근 IMF의 6명 총재 가운데 4명이 프랑스 출신이었다. 그 중 라가르드와 그 전임자인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은 심각한 법률적 문제에 직면해 IMF를 혼란에 빠뜨렸다. 특히 스트로스-칸은 지난 2011년 뉴욕 성추행 스캔들로 IMF 총재 자리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