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사보 유감 - 구길원 사이스튜디오 대표

입력 2016-10-24 10:52 수정 2016-10-2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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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내 소통의 중심이던 사보(社報)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많은 사보가 웹진(webzine)으로 변신을 시도하더니 이제는 아예 폐간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가히 사보의 전성기였다. 수많은 사보 대행업체가 생겨났고 덩달아 인쇄업과 이에 따른 후가공업체가 호황을 누렸다. 그러한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사보가 사라지게 된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사보를 단순한 홍보 수단으로 여겨온 기업 내 홍보 담당자들의 인식 부재가 가장 크다.

사보를 단순한 홍보매체로 볼 수 없는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사보 안에는 기업의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야 한다. 그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개의 시냇물이 모여 커다란 강을 이루듯 기업의 문화와 역사 역시 구성원 개개인이 모여 빚어내는 빛나는 유산이며, 이것을 담는 그릇이 바로 사보다. 사보는 또한 각기 다른 구성원을 하나로 묶는 소통(communication)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부터 신입사원까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 확장성을 지녀야 한다. 사내 다양한 뉴스를 담아 후대에 전달하는 역사성도 필요하다.

아직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사보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 사보조차 본연의 역할을 잊고 기업의 홍보매체로 변질돼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보의 죽음이라는 의미에서 사보(死報)라 부를 만하다. 예전의 사보를 보면 지면 곳곳에 사람 사는 향기가 물씬 묻어났다. 사보 한 권을 만들기 위해 뛰어다닌 담당자들의 땀이 배어 있었다. 눈을 감고 찍은 동료의 사진이나 미처 교정을 보지 못한 오타를 찾는 재미도 있었다. 사보는 상업잡지가 아니라 기업 구성원들과 그 가족이 함께 만들고 보는 소중한 자산이다. 지면에 자신의 얼굴과 이름이 등장하는 경험을 하며 함께 웃고 즐거워했다. 사보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구성원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이다.

사보가 사라진 자리를 우리는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어느 때든 그 시대에 맞는 새로운 도구가 생겨나기 마련이고 아마도 사보를 대체할 무언가 역시 생겨날 것이다. 이미 정보통신(IT)을 등에 업은 다양한 사내 소통의 도구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현상을 시대적인 흐름으로만 보기에는 안타까운 면이 많다. 마치 정겹던 동네골목 순댓국밥집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럭셔리한 인테리어의 프랜차이즈 매장이 들어선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단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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