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된 대중가요… ‘밥 딜런 노벨상’ 찬사와 조롱 사이

입력 2016-10-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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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계 엇갈린 반응… 국내 발간 자서전 1만부 추가 인쇄

(출처=밥 딜런 페이스북)
(출처=밥 딜런 페이스북)

Mama, take this badge off of me./ I can’t use it anymore./ It's gettin’ dark, too dark to see./ I feel I’m knockin’ on Heaven’s door./ Knock, knock, knockin’ on Heaven’s door.(엄마 이 배지는 내게서 떼어주세요. 전 그것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요. 점점 어두워지고 있어요. 너무 어두워 볼 수 없어요. 전 지금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것 같아요. 천국의 문을 두드리고, 두드리고 있어요) - 밥 딜런의 ‘Knockin' on heaven’s door’ 중에서

How many roads must a man walk down, Before you call him a man?/ Yes, ‘n’ how many seas must a white dove sail, Before she sleeps in the sand?/ Yes, ‘n’ how many times must the cannon balls fly, Before they’re forever banned?/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 in the wind, The answer is blowin' in the wind.(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봐야 진정한 인생을 깨닫게 될까요? 흰 비둘기는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야 백사장에 편안히 잠들 수 있을까요? 전쟁의 포화가 얼마나 많이 휩쓸고 나서야 세상에 영원한 평화가 찾아올까요? 친구여, 그건 바람이 알고 있다네. 그건 바람이 대답할 수 있다네) -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 중에서

▲사진제공=교보문고
▲사진제공=교보문고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밥 딜런입니다. 그는 훌륭한 미국의 음악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 문학사에 기여했습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 사무총장이 미국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을 호명하자 환호와 박수, 웅성거림이 뒤섞여 나왔다. 문학보다 대중음악으로 유명한 ‘미국 포크록의 대가’ 밥 딜런이 호명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림원은 “그의 작품은 시로 읽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완벽하게 훌륭하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밥 딜런의 노래 가사를 보면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시와 같은 은유적 표현들이 가득하다. 가사 안에는 시대적인 상황과 ‘반전’, ‘평화’, ‘평등’ 등 다양한 메시지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시인이 정제되고 압축된 단어를 사용해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 그리고 시대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시’라고 한다면, 딜런의 노랫말 역시 그것과 다르지 않다.

인도 출신 영국 소설가인 샐먼 루시디는 밥 딜런이 노벨상 수상자로 호명된 후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부터 노래와 시는 긴밀하게 연결됐다. 딜런은 음영 시인 역사의 찬란한 상속인”이라며 수상 사실을 환영했다. 노벨상 유력 후보로 꼽히던 미국 소설가 조이스 캐럴 오츠 역시 “딜런의 음악은 아주 깊은 의미에서 문학적이었다”며 축하를 보냈다.

(출처=밥 딜런 페이스북)
(출처=밥 딜런 페이스북)

하지만 문학계 일각에선 이 같은 노래 가사 자체가 과연 순수 문학인가, 혹은 노벨상을 받을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소설가 어빈 웬시는 “음악 팬이라면 사전을 펴놓고 ‘음악’과 ‘문학’을 찾아서 비교 대조해 봐라”라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미국 소설가 조디 피컬트는 “딜런의 수상에 행복하다”라는 글과 함께 ‘#나도그래미상을탈수있다는의미지?’라는 해시태그를 달면서 밥 딜런의 노벨상 수상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작가 게리 슈타인버그 역시 “나는 노벨상위원회를 존중한다. 책 읽는 게 아무래도 어렵지”라며 비꼬았다.

한편, 국내 출판업계는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들썩이고 있다. 출판사 문학세계사는 밥 딜런이 직접 쓴 최초의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을 급히 1만부 추가 인쇄하며 대응했다. 이 책은 그간 알려지지 않은 밥 딜런의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과 솔직한 내면 고백이 담겨 있다. 이 책은 2005년부터 노벨문학상 발표 전까지 7000~8000권이 팔렸지만,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후 18일 현재 일주일도 안 돼 1만 1000권이 팔렸다.

출판사 관계자는 “당분간 밥 딜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 책에 대한 관심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밥 딜런의 노래 가사를 모은 ‘더 리릭스’(The Lyrics)의 개정판도 11월께 미국에서 나오는데, 이 책의 출판 계약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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