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인문경영] ‘인재만사’ 할 것인가, ‘인재망사’ 할 것인가

입력 2016-09-0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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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人材) 고르기보다 인재(人災)를 골라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백락(伯樂), “그가 한 번 돌아보면 말의 가치가 한 번에 뛰었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천리마를 잘 알아보는 것으로 유명한 중국 명인의 이름이다. 말을 잘 알아본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다. 좋은 말을 골라내는 것, 나쁜 말을 판별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방법 중 한 가지밖에 전수할 수 없다면 어떤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르쳐주겠는가?

백락은 미워하는 자에게는 천리마를 감정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고,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둔하고 느린 말을 감정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고 한다. 왜일까? 천리마는 한 시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해서 그 이익을 더디게 얻지만, 둔하고 느린 말은 날마다 사고 팔아 그 이익을 빨리 얻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보물급 슈퍼 인재’는 흔치 않지만 간신은 즐비하기 때문에 이를 골라내는 기술이 현실에서는 한층 유용하다는 이야기다. ‘한비자’에 나오는 이야기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용하다. 보물급 인재(人材)가 있으면 성과가 더 난다. 하지만 인재(人災)를 골라내지 못하면 대형 사고가 난다.

리더의 역량 중에 으뜸가는 것은 용인술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손톱이 닳도록 근면하게 일하고 개인적 품행을 다듬었어도 인재를 판별할 줄 모르는 군주의 치적 실력은 낙제점이었다. 심지어 나라를 쇠망시킨 경우도 흔하다. 반면에 역량이나 인품이 부족해도 인재를 모으는 데 애쓰고, 제대로 쓸 줄 아는 군주는 나라를 번영시킬 수 있었다. “너 자신을 알라”는 명언이 있지만 리더에게 더 필요한 것은 “사람 볼 줄을 알라”이다. 인재를 발굴, 초빙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보다 더 우선해야 할 것은 간신을 분별해 방비하는 것이다. 간신도 알고 보면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간신의 종류:6사(邪)

중국 전한시대의 학자 유향이 쓴 저서 ‘설원’의 ‘신술(臣術)’편을 보면 간신의 종류를 육사(六邪)로 분류해 각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구신(具臣)이다. 말 그대로 자리만 차고 앉아 봉급만 축내는 자리보전형 신하다. 임금은 정책과 정론에 굶주리고 목말라 하지만 지혜와 재능을 숨긴 채 부화뇌동하며 대세만 따르려 하는 부류가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는 유신(諛臣)이다. 말하기 전에 먼저 알아서 기는 아첨형 신하다. 임금의 뜻을 먼저 읽고서는, 그가 하는 말이라면 모두 좋고 옳다고 하는, 오늘날 말로 하자면 ‘빠부대’다. 무조건 비위만 맞추며 뒤에 올 폐해는 고려하지 않는 신하다. 많은 리더들이 ‘배신’을 두려워하지만 알고 보면 이들이야말로 나중에 사고가 닥치면 제일 먼저 줄행랑치며 배신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간신(姦臣)이다. 겉과 속이 달라 겉으로는 성인군자인 척하지만 속으론 제 살 궁리만 챙기는 이중인격 신하다. 마음에는 사악하고 부정한 생각이 가득하지만 겉모습은 늘 근심하고 삼가는 모습을 짓는다. 자기 파벌을 형성해 자기 라인 사람이면 좋은 점은 드러내고 나쁜 점을 숨기며, 배제하려는 사람이면 잘못은 드러내고 좋은 점을 숨겨 임금이 용인을 잘못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상벌이 실제에 맞지 않게 조종을 하며 자신의 파벌만 키우는 부류다. 넷째, 참신(讒臣)이다. 화려한 말발로 여러 사람을 이간하고 혼란하게 하는 신하다. 감언이설로 골육간의 정의를 이간하고 조정 사람을 질투해 혼란하게 하는 부류다.

다섯째, 적신(敵臣)이다. 제멋대로 권세를 독점해 국가 정사를 장악, 좌지우지하고 개인적인 파벌을 만들어 멋대로 속여서 자신의 이익과 세력을 도모하는 형이다. 한마디로 호가호위형 신하다. 여섯째, 망국신(亡國臣)으로 임금 앞에서는 좋은 소리를 하고 등 뒤에서는 모함을 하며 “우리 임금은 도저히 구제불능”이라며 사방 국가와 국민들이 임금의 결점과 죄악을 모두 알도록 사방팔방 떠들고 다니는 신하다. 늘 책임 회피를 하느라 골몰하며 앞과 뒤에서 안면을 바꾸는 형이다.

이처럼 간신도 근심형, 군자형, 들이대며 아부하는 등 천차만별,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다. 때로는 강건한 것으로 위장을 하기도 하고, 그 군주가 아니면 죽고 못 살 것처럼 애살을 떨며 입안의 혀처럼 굴기도 한다. 그뿐인가. 골치 아픈 일거리의 해결사를 하는 집사로 군주를 매혹시켜 ‘한시라도 곁에 없으면’ 좌불안석하게 하기도 한다. 제환공을 몰락시킨 간신 3총사가 그랬다. 역아는 제환공의 입맛을 휘어잡아 그가 한 요리가 없으면 밥맛이 돌지 않게 했다. 사람 고기를 먹어 보지 못했다는 제환공의 말 한마디에 자신의 아들을 요리해 갖다 바칠 정도로 온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충성서약을 했다. 수조란 인물은 스스로 고자가 되어 내시로 궁안의 후궁들을 일사불란하게 관리했다. 개방은 15년 동안 부모가 아파도 보러 가지 않고 제환공을 섬겼다.

그런 ‘알뜰한 당신’인데도 당대의 현명한 재상 관중은 경계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고, 죽어가면서 제환공에게 이들 간신 3인방을 내쫓으라고 신신당부한다. 자신의 자식을, 자신의 몸을, 자신의 부모를 해치고 외면하면서까지 군주를 모시는 것은 부자연스럽고 과장된 것이므로 멀리하라는 충언이었다. 제환공도 말을 듣고선 잠시 멀리하려 애쓰지만 당장 입맛이 괴롭고, 머리가 아프고, 몸이 귀찮아지니 이들 3인방을 금세 불러와 중용한다. 그 결과는 관중이 예상한 대로였다. 결국 후계자 싸움에 개입한 이들 3인방에 의해 격리된 상태로 굶어 죽는다. 죽어서도 구더기가 들끓도록 사후 67일간 장례도 치르지 못하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관중을 등용해 춘추5패로 이름을 날렸지만, 간신 3인방을 쓴 결과였다. 용인의 공과를 한마디로 보여주는 역사적 사실이다.

지금 제대로 인재를 쓰고 있는가? 역사에서 배우라

간신은 팔색조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구사하고, 상사를 내 사람으로 만드는 스펙도 탄탄하다. 문제는 이들을 어떻게 감별하느냐이다. 더구나 늘 군주를 걱정하는 수심 가득한 얼굴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아첨으로 충성을 서약하니 겉으로는 알아볼 도리가 없다. 홍채 인식의 첨단기술로도 구별이 안 되는 게 간신이다. 아무리 혼군(昏君), 암군(暗君)이라고 해도 ‘이마에 간신’이라고 쓴 신하들이 있다면 뽑을 리 없다. 고슴도치가 자기 자식에겐 아무리 바늘이 돋아 있어도 함함하듯 ‘내 부하, 내 사람’은 현명하고, 유능하다고 착각하게 마련이다. 이는 동서고금 다르지 않은 군주의 ‘용인술 함정’이다.

전한시대에 신하 경방이 효원황제와 ‘주나라가 망한 역사’를 놓고 주고받은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밝은 시사점을 준다. 경방은 주나라가 망한 이유에서 역사적 교훈을 찾을 것을 간언한다. 그는 “주나라가 망한 것은 용인술의 실패”라며 “주나라의 폭군인 여왕조차도 간신을 등용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 현명한 신하인 걸로 알고 뽑는 것은 어진 군주나, 어두운 군주나 모두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대뜸 황제에게 돌직구 질문을 날린다. “폐하가 즉위한 이후로 각종 재변이 모두 일어나고 있습니다. 폐하께서 보시기에는 지금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있습니까?” 그러자 황제는 “혼란스러우나 (내가 등용한) 사람들 때문은 아니고, 예전 시대보다는 조금 낫다”고 뒷걸음치는 대답을 한다. 경방은 매섭게 간언한다. “그게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 군주들의 공통된 말이었다”고. 요컨대 용인을 잘한 증거는 나라가 잘 다스려지는 것이다. 잘 다스려지지 않는 것은 인사를 잘못했다는 증거로 군주가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군주가 잘했다고 말해서 용인을 잘한 것이 아니고, 나라 돌아가는 형세가 말해준다는 지적이다.

‘논어’는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로 첫 장 첫 줄을 시작하지만 마지막 장 끝구절은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不知言 無以知人也), 결국 사람 공부로 끝을 맺고 있다. 인재망사할 것인가, 인재만사할 것인가. 이것은 거꾸로 적용도 가능하다. 만사가 제대로 굴러가고 있다면 인재를 제대로 등용한 것이다. 반면에 만사 사사건건 일이 어그러지고 망가진다면 인재를 제대로 쓰지 못한 것이다.

리더의 공부에서 가장 으뜸가는 공부는 책 공부가 아니라 사람 공부다. 리더가 일을 모르는 것은 흉이 아니지만, 사람을 모르는 것은 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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