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만기의 인간경영] ‘天·地·人’의 바른 관계를 생각하며

입력 2016-07-2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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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개발연구원 회장

‘장만기 인간경영학’은 25년 전인 1991년에 출간된 나의 처녀작이다. 책머리에 ‘인간경영학의 연원’이라 쓰고, 다음과 같이 인간 장만기에 대한 질문을 적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떠한 존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나는 왜 살고 있는가? 그리고 살아가고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죽어가고 있는가?’

불혹의 나이 40대에 내 인생을 향해 던진 질문이었다. 1975년에 인간개발연구원을 창설하고, 1976년 주 2회씩 경영칼럼을 집필하면서 인간에 관한 깊은 관심을 갖고 기업경영과 사람에 대한 많은 책들을 읽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사회에서 너무나 생소한 한국인간개발연구원을 세우고, 매주 목요일 아침 7~9시 한국 기업을 이끌어 가는 최고경영자연구회를 진행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었을 때였다.

‘좋은 사람 좋은 세상(Better People Better World)’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살아가기 힘든 세상을 바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조금은 덜 익은 나의 인생에 드리워진 새하얀 꿈을 꾸고 있을 때였다. 빈곤국이라는 부끄러운 이름표를 떼지 못하고 있던 한국사회에서 조금은 엉뚱하고 허탈한 꿈의 착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서히 영글기 시작한 인간 신뢰에 대한 나의 열정은 그 온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당시 한국 경제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경이적 성장을 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오래된 가난의 한을 풀고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라는 열정이 만들어낸 성장이었다. ‘빨리 빨리 근성’도 한몫한 결실이다.

하지만 그 성급함은 너무 심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운’이라는 것이 있지만, 모든 가치 있는 결과는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97년 IMF 시대를 맞았고,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국민은 IMF가 던진 교훈을 바로 깨닫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는 오늘의 ‘제2의 IMF 난국’을 초래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IMF가 시작된 1997년 한국인간개발연구원은 주간 모임인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 1000회를 맞았다. 당시 1975년의 제1회 연구회를 추억하고, 2000년 인류가 맞이할 세 번째 새천년(New millenium)을 구상하는 포럼을 열었다. 이어령 박사와 정양은 심리학 박사, 박은회 재보험공사 사장, 오상락 박사, 서웅래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어령 박사는 새천년위원회 정부기구를 창설하는 데 산모 역할을 맡았다. 연구회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인류의 미래는 인간에게 달려 있고, 인간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최근 전 세계적 이슈를 살펴보면 단연 회교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를 꼽을 수 있다. 서구와 중동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테러의 광란을 심화하고 있는 이슬람국가(IS)가 그 중심에 있다. IS 테러는 EU체제를 뒤흔들어 놓았고, 마침내 EU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게 된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그 파장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세 번이나 일어난 프랑스 테러, 최근 독일에서 발생한 쇼핑센터의 18세 소년에 의한 테러, 터키에서 일어난 테러…. 전 세계가 테러의 공포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현상’과 ‘아메리카니즘’이 세계 질서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시야를 좁혀 한국사회와 북한사회를 주의 깊게 돌아보자. 김일성과 김정일 사후 남북의 대립 상황이 바뀌고 남북통일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했던 우리들의 예상은 완전히 뒤집혔다. 3대 세습으로 영도자가 된 김정은이 벌이고 있는 핵과 미사일로 요약되는 살생ㆍ파괴 무기시스템 구축은 미국과 중국의 견제에도 전쟁의식을 증강시키면서 전 세계를 불안 속으로 밀어넣었다. 그 중간에 자리 잡은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말았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역으로 날벼락같이 선정된 경북 성주군 주민들은 총궐기로 정부 정책에 맞서면서 생활 터전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근본이 흔들리고 있는 한반도의 안보에 초점을 잃은 국민은 정치지도자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잃고 분열과 갈등을 빚고 있다. 국가가 처한 시대적 상황을 외면한 채 여야 정치인들이 벌이고 있는 정치 난장판은 오히려 국민들을 분노케 한다.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고 국가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기업가, 전문경영자, 근로자들은 어떠한가.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적으로 뜨거운 찬사를 받아왔던 그들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동안 허황된 ‘성장놀이’를 하면서 늘어난 부채의 무게는 작금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4000조 원 안팎의 부채에 짓눌리면서도 대도시와 지방도시 가릴 것 없이 마천루처럼 높아만 가는 랜드마크 고층건물들은 바벨탑을 떠올리게 한다. 쓰러진 바벨탑의 교훈은 우리에게 무엇을 전하고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상적 사람들이 살아가기에는 적합도가 너무나 낮은 범죄사회로 추락하고 있다. 살인, 자살, 이혼은 이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 됐다. 청년들은 3포, 5포, 7포로 고민하며 희망을 잃고 있다. 진경준 검사장, 우병우 민정수석 등 일부 권력층의 부도덕성은 과연 한국사회에 희망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학 역사학 교수. 하라리 교수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석기시대부터 정치적, 기술적 혁명을 거쳐 21세기까지 진화를 거듭하며 호모 사피엔스가 된 인간의 역사를 기술했다.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학 역사학 교수. 하라리 교수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석기시대부터 정치적, 기술적 혁명을 거쳐 21세기까지 진화를 거듭하며 호모 사피엔스가 된 인간의 역사를 기술했다.

세계평화, 국가 번영, 인간의 행복이란 보편적 가치의 실현은 불가능한가?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학 역사학 교수의 최근 저서 ‘사피엔스’에서 그 힌트를 찾아볼 수 있다.

‘사피엔스’는 흑암 속에 싸여 있던 우주에 빅뱅이 일어나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게 됐다는 우주기원론에서 시작한다. 우주에 대한 해석은 빅뱅에 의해 탄생된 우주의 근본적인 특징을 다루는 물리학, 원자와 분자의 상호작용에 관한 화학, 생물에 대한 이야기는 생물학이라는 학문으로 발전했다. 인류가 나타나면서 생성된 인류문화가 발전해온 과정을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

하라리 교수는 여기서 3가지 혁명이 일어나 역사의 진로가 형성되었다고 분석한다. 약 7만 년 전에 일어난 ‘인지혁명’이 역사의 시작이었으며, 약 1만2000년 전에 일어난 ‘농업혁명’이 역사 발전의 속도를 가속화시켰다고 해석했다. 3가지 혁명 중에 맨 나중에 일어난 것은 불과 500년 전의 ‘과학혁명’이라고 한다. 하라리 교수는 이 3가지 혁명이 인간과 이웃 생명체에 어떻게 영향을 끼쳐 왔는지를 책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는 여기에 덧붙여 예언자처럼 말한다. ‘과학혁명’은 역사의 종말을 불러올지도 모르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게 할지도 모른다고.

지금 인류는 1차, 2차, 3차 산업혁명 후에 IT혁명, BT혁명을 겪으면서 새로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구글의 알파고와 세계 바둑 챔피언 이세돌의 대결에서 알파고가 4대 1의 압승을 거두면서, 인간 중심이 아닌 기계 중심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충격도 맛보았다.

그렇지만 우주 역사 137억 년, 지구 역사 47억 년, 생명의 역사 37억 년, 인간 생명체의 역사 250만 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지내오면서 호모 사피엔스로 최종 승리자가 된 인류는 과학기술혁명으로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미래의 대변혁 역시 인간 중심으로 맞이해야만 한다.

天·地·人(천·지·인)의 관계적 차원에서 하늘로 표현되는 우주 질서, 땅으로 보여주는 자연의 질서, 사람으로 묘사되는 사회의 질서를 회복해 만물의 영장으로 복귀해야만 한다. 공자, 맹자, 주희, 왕양명 등 고대 동양 4대 사상가가 꿈꿨던 성인(聖人)의 경지에 오르도록 인류 역사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떠한 존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나는 왜 살고 있는가? 그리고 살아가고 있는가, 죽어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하면서 새로운 미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영원한 미래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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