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19살 청년에게 우리가 갚아야 할 것

입력 2016-07-0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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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얼마 전 서울 구의역에서 한 청년이 혼자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전동차를 피하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 열아홉 생일을 하루 앞뒀던 그 청년은 외주업체 소속의 한 달 급여 약 140만 원인 비정규직이었다. 사고 당시 청년의 가방에 들어 있던 컵라면과 숟가락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일반적으로 정규직 근로자와 대칭되는 단시간 근로, 계약직, 일용직, 파견직 근로자 등을 의미하는데 최근에는 외주 하청 근로자까지 포함해 통칭하기도 한다.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근로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청년이 가지고 있던 컵라면은 간식이 아니라 아마도 허기질 때 먹는 한 끼 식사였을 것이다.

정부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2006년 비정규직보호법을 마련, 비정규직 근로자도 2년 고용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하지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627만 명으로 전체 직장인 가운데 32.5%에 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고졸 이하 학력을 지닌 청년 임금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50.4%에 달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양극화도 여전히 심각하다. 고용노동부 발표를 보면 4월 기준 상용직(정규직) 1인당 월평균 임금은 341만6000원인 반면, 임시ㆍ일용직(비정규직)은 144만3000원으로 상용직의 42%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구의역 사고가 우리에게 남긴 숙제는 바로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를 줄일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실 근로시간을 줄이려는 근로기준법이나, 중장년층에게 일자리 제공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파견근로자 보호법 등 노동개혁법안들조차 지난 국회에서 결실을 보지 못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를 위해 함께 나서야 한다. 우선 임금체계부터 성과 기반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근무기간에 따라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지금의 호봉제 임금체계에서는 기업들이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근로시간도 단축해야 한다.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청년들의 안정된 신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회사에 소속된 비정규직 근로자는 물론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도 일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근로복지공단은 최근 ‘ISO26000(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 이행 수준 진단 가이드’ 개정판에 ‘중ㆍ소 협력업체 등 취약계층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 책임’을 명시했다. 대기업 등 원청기업이 비정규직이나 중ㆍ소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사회보험 가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근로조건의 차별을 받지 않고, 고졸-대졸 근로자 간 임금 차이가 줄어든다면, 구의역 청년은 그렇게 무리하게 일하지 않아도 됐을지 모른다. 우리 사회가 열아홉 살 청년에게 갚아야 할 것은 일하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을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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