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STX조선해양 법정관리 때문에… 은행 수수료 오른다?

입력 2016-05-25 16:45

화불단행(禍不單行).

불행은 겹쳐 온다는 뜻입니다. 요즘 조선ㆍ해운업 상황을 이보다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요.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고, 한진해운은 선주에게 줄 돈이 밀렸다고 합니다. ‘빅3(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마저 수주절벽에 허덕이는 사이, STX조선해양은 법정관리 코너에 몰렸네요. 수습은 고사하고, 숨 돌릴 틈도 없습니다.

조선ㆍ해운업 ‘화불단행’을 보며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또 있습니다. 바로 이들에게 돈을 꿔준 은행입니다. 조선업에 물려있는 은행권 채무가 얼마나 되는 줄 아십니까? 50조원입니다. 해운업도 2조원이나 잡혀있고요.

자세히 살펴볼까요? 일단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금융권 위험 노출액(익스포저)만 24조원이 넘습니다. 수출입은행이 12조6000억원으로 가장 많고요. 산업(6조3000억원)ㆍ농협(1조4000억원)ㆍ국민은행(6300억원)도 큰돈이 물려있죠. 현대중공업(19조7000억원)과 삼성중공업(15조원) 신용공여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문제는 은행들이 대부분 이 돈을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겁니다. 뭔 얘기냐고요? 은행에서 대출해 줄 땐 ‘이 기업이 얼마나 잘 갚을 수 있는가’를 따져 등급을 나눕니다.

우선 꼬박꼬박 이자가 들어오면 정상으로 분류하고요. △1~3개월 연체되면 요주의 △3개월 이상 이자가 밀리거나, 법정관리 기업 대출금 중 담보가 확보돼 있으면 고정 △고정 가운데 담보가 없어 돈 떼일 위험이 크면 회수의문 △원금조차 받을 수 없다면 추정손실로 분류합니다.

정상과 요주의는 정상여신으로 취급되고요. 고정ㆍ회수의문ㆍ추정손실은 부실여신으로 구분됩니다.

▲지난달 25일 기준(출처=KIS라인ㆍ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지난달 25일 기준(출처=KIS라인ㆍ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대출 문턱 높은 은행에서 ‘정상’ 받는 거 보니, 조선ㆍ해운업이 아직은 버틸 만 한가 보네”

구조조정을 ‘글’로만 접한 분이라면 이런 생각 드실 겁니다. 사실은 아닌데 말이죠. 대우조선해양의 이자보상배율은 1 미만입니다. 장사해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고 있단 얘기죠. 3년간 4조5000억원을 지원받고도 법정관리 위기에 놓인 STX조선해양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유가 뭘까요? 충당금 때문입니다. 충당금이란 지출할 것이 확실한 특정 손비(損費)를 전기(前期)에 부채항목으로 계상하는 걸 말하는데요. 기업이 어려워지면 빌려준 돈을 못 받을 수도 있으니, 은행이 곳간에서 미리 돈을 떼어 쌓아두는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자산 건전성이 낮을수록 쌓아둬야 하는 돈이 많아지는데요. 만약 A 은행이 한계기업인 B 회사에 10억원을 빌려줬다면 △정상은 850만원(0.85%) △요주의는 7000만원(7%) △고정은 2억원(20%) △회수의문은 5억원(50%) △추정손실은 10억원(100%)을 떼놔야 합니다. 고정이하여신부터 충당금이 급격히 많아지죠.

만약 제대로 자산등급을 나눈다면 얼마나 돈을 더 쌓아야 할까요? 대우조선해양이 ‘정상’에서 ‘요주의’로만 내려가도 추가로 적립해야 할 돈이 1조6000억~4조원이나 됩니다. ‘고정’으로 분류된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2조8000억원을 더 마련해야 하죠.

1%대 저금리로 가뜩이나 먹고 살기 팍팍한데, 은행 입장에선 ‘설상가상’이네요. 은행 수익성을 확인하는 대표적인 지표가 순이자마진(NIM)인데요. 10년 전까지만 해도 10%를 넘나들었는데, 최근엔 2%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만큼 장사가 안된다는 얘기입니다. 오늘(25일) 이투데이에 실린 ‘우리ㆍ농협 “당분간 수수료 인상 없다”…신한ㆍ국민 등과 다른 길의 배경이기도 하고요.

(출처=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출처=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은 우리 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일자리가 줄고, 이체ㆍ송금 수수료가 인상되죠. 금융리스크가 더 커지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도 강화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구조조정과 충당금 키워드를 챙겨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친절한 용어설명: 익스포저(exposure)란?
특정 기업 혹은 국가와 연관된 금액이 얼마나 되는가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신용사건이 발생할 경우 대출ㆍ투자금 뿐 아니라 복잡한 파생상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총 손실금액을 따져 계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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