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기업 회생 제도의 회생

입력 2016-05-2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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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정신에 기반을 둔 창업만이 위기의 한국을 구원할 것이다. 창조적 도전에 따르는 실패의 위험에 대한 안전망을 제공해야 창업이 활성화된다. 정직한 실패는 원칙적으로 재도전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라는 것이 유럽연합의 중소기업법 제2조이다. 미국의 파산법은 신생 기업과 차이를 두지 않도록 하고 있다. 모두가 개별적인 기업 차원을 넘어 창업 생태계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재도전 제도는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회생절차를 졸업하더라도 국책 금융기관조차 추가 신용 제공을 하지 않는다. 법정관리를 졸업하게 되는 기업의 신용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이유다. 미국에서 파산 정리 절차가 끝난 기업은 새로이 창업한 기업과 동일한 조건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것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 차이는 바로 개별 기업의 차원과 전체 생태계 차원 간 가치관의 충돌이다.

가치관의 충돌은 비용과 편익의 균형이라는 각도에서 해결해야 한다. 다수의 사업자가 회생 제도를 악용할 경우 금융기관은 정상적인 기업인들에게도 금융 제공을 꺼릴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금융기관 채권 우선 제도는 기업의 재기를 막아 기업가 정신이라는 소중한 국가 자원을 사장시킬 우려가 있다. 현재 한국은 지나친 금융기관 정책의 결과로 기업가형 창업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한정화 등의 연구에 의하면 사장되는 재도전 자산이 연간 10조 원에 달한다. 중국은 연간 700만 명의 대졸자 중 300만 명이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청년창업은 OECD 바닥권이다.

결국 비용·편익 분석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95%의 정직한 실패 기업가들은 국가의 미래 자산이므로 재도전을 장려해야 한다. 그러나 5%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실패 기업인들은 과거보다 가중 징벌하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미국의 파산 법정을 벤치마킹해 한국의 법정관리 제도를 재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계의 전폭적 협력이 필요하고 입법부의 인식 혁신이 필요하다. 법원의 법정관리 외에도 워크아웃 등의 절차를 밟은 기업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규 창업 기업과 동일한 형태의 신용이 부여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법정관리 혹은 회생절차를 운영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신규 창업과 동일한 신용이 제공되면 투자도 따라온다. 올해 회생 기업으로 3000만 원의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한 갑산메탈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재도전 기업을 벤처 캐피털 투자자들이 더 선호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라. 가장 중요한 창업 정책은 회생 절차를 밟은 기업에 진정한 신용회복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많은 재도전 기업인들이 자신의 부채가 아니고 연대보증 부채 때문에 재도전이 불가능해지고 있다. 특히 기업의 채무가 출자 전환돼 기업의 채무가 사라져도 연대보증인인 기업인에게는 채무가 남아 있는 소위 채무 부종성 부정은 기업가 정신을 완전히 무시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500억 원의 부채를 주식으로 출자 전환해 1500억 원에 매각한 신용보증기금의 사례를 보자. 신용보증기금은 1000억 원의 수익을 얻었음에도 추가로 연대보증인에게 500억 원을 청구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모럴 해저드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인 재도전의 핵심 정책이 신용 회복이라면, 기업 회생의 핵심 정책은 M&A 활성화다. 회생 기업의 M&A를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은 연대보증과 조세 문제다. 정부의 조세 제도가 창업생태계를 악화시키고 있다. 세금 마일리지 제도를 전향적으로 개편해 세금 납부 금액 범위에서의 금액 상한선 없는 조세 감면은 창업 활성화에 큰 기폭제가 될 것이다. M&A를 통한 기업 회생은 국가적 차원에서 총론적으로 바람직하나, 이해관계자들의 각론적 불일치로 표류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창업 정책은 정직한 기업인의 재도전을 환영하는 재창업 정책으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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