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림이 흘린 눈물의 진정한 의미는? [스타, 스타를 말하다]

입력 2016-05-1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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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림이 직접 말하는 지향하는 방송인상은?

▲박경림
▲박경림
최근 종영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보면서 많이 설레고, 또 많이 울었다. 특히 마지막에 유시진 대위가 죽은 줄 알았을 때는 내 가족이 죽은 것처럼 온 집안을 초상집으로 만들었을 정도다. 나를 이렇게 만든 건 송혜교의 역할이 컸다. 그 큰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질 때 내 눈에서도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방송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송혜교가 참 부러웠다. 어쩜 저리도 예쁘게 울까….

눈물…, 어쩌면 나와도 참 인연이 깊다. 한때 나는 눈물의 아이콘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고, 그 덕분에 집에 우환이 있냐는 얘기도 들어야 했다. 웃으려고 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왜 그렇게 우냐며 보기 싫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당시에는 그런 반응이 당황스럽고 섭섭하기도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대중들이 왜 그런 얘기들을 했는지 잘 알 것 같다.

열아홉 살에 방송을 시작하면서 나는 나 자신과 약속을 했었다. 바로 방송에서 보이는 모습이 100% 내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고 의도된 행동을 하거나 인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가식적인 그것에 얽매여 나 자신이 평생 불행해질 것 같았다.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지만, 그 당시 나는 꿈으로 가득했고, 모든 것이 신기했고, 치열했다. 거기다 마냥 밝기만 했다. 누군가에게는 당돌하게까지 보일 만큼 젊은 날의 패기만 가득했던 나는 그야말로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앞만 보며 달렸다. 그렇게 꿈꿨던 방송을 하게 됐고 주위에서 잘한다, 잘한다, 칭찬까지 해주니 며칟날을 새도 힘든 줄을 몰랐다. 갑자기 어디선가 튀어나온 목소리 걸걸한 한 방송인의 좌충우돌 도전기에 많은 분이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셨고, 그것이 힘이 돼 하루하루 열심히 뛰었다. 있는 그대로의 얘기를 전하고, 내 느낌을 말하고, 웃기면 웃고 슬프면 울고, 누가 웃으면 따라 웃고, 누가 울면 따라 울면서 말이다. 그 모습이 대중에게 친근하게 느껴졌는지 TV 밖에서 마주쳐도 모두 편하게 대해주시고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에 대해서도 거부감 없이 늘 응원을 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방송을 처음 시작하며 스스로와 한 약속을 잘 지키고 있고, 그것이 옳은 생각이었다고 믿고 뿌듯해했었다.

시간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다시 방송을 시작한 나는 예능 프로그램에 다시 출연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런데 희한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렇게 고맙고, 감사하고, 맘이 아프기도 하고, 감동을 주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했다. 다시 방송하면서 정다운 옛 동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이었고,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 그전보다 감사하게 되었고, 나이가 들면서 세상에는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는 게 아니라 가슴 아프고 힘들어하는 사람도 많다는 걸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었을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가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눈물이 나고, 내 얘기를 하면서도, 심지어는 상황극을 하면서도 이게 진짜라면 어떨까 싶어 또 눈물이 났다. 자막에는 눈물의 여왕, 눈물의 아이콘이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따라다녔고, 함께 출연한 출연자들조차 집에 우환이 있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일이 생겼다. 그리고는 그것이 나의 이미지가 되어버렸다. 만나는 사람마다 나에게 진짜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고, 방송 게시판에는 계속 우니까 너무 짜증 난다는 시청자들의 불만이 가득했다. 어떤 선배께서는 나를 조용히 불러 앞으로는 방송에서 무조건, 절대, 울지 말라고까지 조언까지 해주셨다. 그때는 그 모든 상황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나는 내 감정에 충실했을 뿐인데, 이게 지금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인데 왜 그러는 걸까. 그럼 나의 감정을 숨기고 거짓으로 방송에 임해야 할까, 이런저런 생각에 속상하고 섭섭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안다. 난 내 감정에만 솔직하려고 했지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와 대중의 감정은 생각하지 못했다. 진솔한 모습만 보이면 시간이 오래 걸려도 언젠가는 나를 이해해 주고 좋아해 줄 것이라는 내 생각은 어쩌면 참 어린 생각이었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잠들기 전, 한번 웃고 싶은 마음에 리모컨을 든 사람들에게 철철 우는 나의 모습은 얼굴을 찌푸리기에 충분했다. 드라마를 보며 배우의 감정선을 따라 함께 우는, 모두에 공감이 가는 눈물도 아니었을 것이다.

▲MBC 라디오 '두시의 데이트'를 진행하는 박경림.
▲MBC 라디오 '두시의 데이트'를 진행하는 박경림.

이 모든 것들을 나는 몇 년이 지난 요즘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가슴속에 눈물을 한가득 가지고 살아간다. 그러나 대놓고 실컷 울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약해질까 봐, 내가 울면 주위 사람들이 더 마음 아파할까 봐, 툭 건드리면 폭포처럼 쏟아낼 만큼 삶의 무게를 견디면서도 슬픔을 참고, 눈물을 억누르고 사는 것이다.

매일 오후 2시, MBC라디오‘두 시의 데이트’에서 청취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진솔한 사연을 들으면서 나는 누군가 앞에서 울 수 있는 건 차라리 행복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라디오를 통해, 슬픔을 등에 가득 지고도 애써 웃으며 자신의 삶을 묵묵히,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젊은이들을 만나면서 나는 이제 ‘우는 여자’가 아닌, ‘울어주는 여자’가 되려 한다.

내 남은 눈물은 내 이야기나 내 개인적인 감정보다는 상대방의 슬프고 답답하고 힘들고 억울하고 서러운 이야기에 대신 쓰려 한다. 눈물 한 가득, 세상의 짐 진 자,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먼저 울테니, 그대는 날 따라 울어라. 울어도 된다. 가끔은 울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더 깊이 서로를 보듬고, 더 많이 사랑할 수 있고, 결국엔 진정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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