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작은 관심’이 재범을 막는다

입력 2016-05-16 10:39 수정 2016-05-1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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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놀라?”

“그런 말 처음 들어봐요.”

나는 단지 한 공간에서 마주한 아이에게, 침묵이 길어지는 것을 천성적으로 견디지 못하여 ‘밥 먹었냐’고 물었을 뿐이었다. 고아로 자라나 14세에 험한 사회에 던져진 아이는 먹을 것이 없어 음식을 훔치기 시작했고 수년이 지난 지금 상습 절도 전과자가 되었다. 그의 삶은 얼마나 치열했을까. 그리고 앞으로의 삶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서 일하며, 전과자라는 낙인으로 인해 다시 일어날 의지까지 상실하는 사례를 상당수 접하게 된다(공단은 출소자의 재범 방지와 사회 정착을 위한, 국가형사 정책을 수행하는 법무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출소자 재범률은 22%에 달한다. 잔인한 범죄들이 언론을 통해 다양하게 노출이 되고, 점점 온정의 의미가 퇴색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아직 많은 사람이 ‘범죄자를 왜 도와주느냐’고 인식하는 것이 현실이다. 5명 중 1명은 같은 과오를 범하고, 제2의 피해자가 생겨난다. 그러나 공단이 제공하는 취업 지원 등의 ‘작은 관심’만으로도 수혜를 받은 이들의 재범률은 1.5%로 현격히 줄어든다. 회피하지 않고, 관심을 보여줄 때 그들이 우리의 이웃으로 돌아오는 것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가 있다.

결과적으로 아이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숙식 보호와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단단한 기업체에 취업하여 이제는 “식사는 하고 일하시냐”며 내게 안부를 물어온다. 누군가 관심을 둔다는 느낌이 든 순간 다시 살아보고 싶었다고 한다.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어서 고마웠다고 한다.

범죄자에 대한 도움이 아닌, 이웃에 대한 관심이다. 사회의 안전망을 단단하게 정비하는 시작과 끝은 이웃에게 건네는 한마디에서 시작한다. 아주 형식적인 한마디라도 괜찮을 것이고, 때로는 엄한 꾸중이 될 수 있는 관심이라도 좋을 것이다. ‘관심’ 자체에서 누군가는 오늘, 우리의 든든한 이웃의 삶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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