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렐 볼트보아, 나를 걷게 하는 신발

입력 2016-03-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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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많이 풀렸다. 이젠 겨우내 잠자고 있던 몸을 깨워야 할 때다. 몸이 놀랄 테니 처음부터 너무 무리해선 곤란하다. 그래서 고른 것이 사직공원과 맞닿아 있는 인왕산 어귀다. 운만 따라준면 아름다운 나의 도시 서울을 굽어볼 수도 있겠지. 험한 산길이 아니니 욕심내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나의 첫 여정을 함께할 녀석으로 머렐의 볼트보아 고어텍스를 골랐다. 이 녀석을 고른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작용했다. 일단, 10년 연속 세계 판매 1위를 한 머렐이 만든 신발이라는 이유가 가장 컸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동안 변치 않고 1등의 자리를 지킨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신발에 머렐이란 마크가 찍혀있으면 일단 믿고 나의 몸을 맡길 수 있단 소리다. 두 번째는 21만 9000원이란 가격 때문이다. 물론 절대 저렴한 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트레일러닝과 가벼운 산행 그리고 일상화까지 아우르는 멀티 등산화가 이정도 가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같은 기능의 타사 제품 대비 저렴한 편이기도 하고. 마지막은 조금 낯부끄러운 이유다. 얼마 전 우연히 본 TV 광고 속에서 김우빈이 머렐의 볼트보아 고어텍스를 신고 있었기 때문. 물론 같은 신발을 신는다고 내가 김우빈이 될 순 없겠지. 하지만 적어도 발 정도는 김우빈처럼 보일 수도 있잖아?

따듯했던 3월의 어느 날, 볼트보아와 함께하며 느낀 점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1. BOA 다이얼, 끈 풀릴 일 없어요

등산은 등산화를 신고 끈이 풀리지 않도록 단단히 묶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볼트보아 고어텍스는 끈 풀릴 일 없는 BOA 다이얼을 머렐 최초로 적용한 제품이다. 사실 보아 다이얼은 지난 2001년, 스노부츠를 위해 태어난 기술이다. 하지만 요즘은 등산화, 골프화 자전거 신발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쓰이고 있다.

보아 다이얼은 신발 끈 대신 와이어와 다이얼을 사용한다. 가장 큰 장점은 걷다가 끈이 풀려 허리를 굽힐 일이 없다는 거다. 게다가 다이얼 방식이라 장갑을 낀 상태로도 빠르고 단단하게 신발을 조일 수 있다. 작년 겨울 등산을 하다가 끈이 풀려 몇 번이나 위험한 고비를 넘긴 나로서는 환영할만한 기능이다.

동그란 버튼처럼 생긴 다이얼을 위쪽으로 당겨 와이어를 느슨하게 한 후, 다시 다이얼을 눌러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와이어가 조여지면서 발을 단단하게 잡아준다. 사용해보니 사실 두 손도 필요하지 않고, 허리를 많이 굽힐 필요도 없었다. 바위 위에 발을 올려 한 손으로 간단하게 조작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하다. 조이는 맛도 있어서 다이얼을 돌릴 때마다 조금씩 신발과 내 발이 하나가 되는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2. 이거 뭐야, 아무것도 안 신은 것 같아

좋은 신발은 발을 넣는 순간 바로 알 수 있다. 발볼이 넓은 나는 신발을 신었을 때 작은 옷을 억지로 껴입은 것같이 조이거나 답답한 경우가 많은데, 볼트보아는 그런 느낌이 없다. 신자마자 제자리에서 콩콩 뛰어도 보고 발을 요리조리 움직여 봤다. 그런데 내 발을 본이라도 떠서 만든 것처럼 편안하다. 발바닥부터 발등까지 단단하게 잡아주는데도 이렇게 편안하다니. 신기한 경험이다.

일단 조금 더 걸어보자. 계단을 오르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걷는데 발바닥에 탱탱볼이라도 단 것처럼 다리가 민첩하게 따라온다. 그동안은 나의 뇌가 명령을 내리면 온몸을 거쳐 다리에 전달되는 느낌이었다면, 볼트보아를 신고나서는 뇌와 다리에 핫라인이라도 생긴 것 같달까? 한걸음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발이 움직이니 자꾸만 발걸음이 빨라진다.

이렇게 가볍게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발바닥의 균형을 잡아주고 탄력이 좋은 유니플라이 미드솔 덕분이다. 가장 충격을 많이 받는 발 뒤꿈치와 앞 부분에는 별도의 충격패드를 더했다. 그래서인지 오래 걸어도 발이 피로하지 않고, 오히려 걸으면 걸을수록 몸이 풀리면서 내 안의 세포가 조금씩 깨어나는 기분이다.

3. 내가 인왕산의 날다람쥐다, 탁월한 접지력

아직 겨울이 완전히 물러난 것은 아니다. 인왕산 등산로에는 지난 가을부터 쌓인 낙엽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만지면 바로 바스라져버리는 바짝 마른 낙엽은 잘못 밟았을 때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게다가 돌이 많은 우리나라의 지형 또한 등산객을 힘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고. 그래서 산길을 걸을 때 어떤 상황에서도 미끄러지지 않을 접지력은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볼트보아에는 어떤 기후나 지형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는 엠셀렉트 그립을 적용했다. 작년 봄 머렐은 가파른 절벽을 제집처럼 편안하게 오르내리는 산양의 발굽에서 영감을 받아 카프라를 선보였다. 볼트보아의 밑창 역시 한자 八 모양으로 갈라진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덕분에 다리가 풀려 아무렇게나 발을 내딛을 때조차 미끄러짐 없이 안정적으로 착지가 가능하다.

4. 어디서 냄새 안 나요? 

오랜만의 운동이라 무리를 했던걸까, 아니면 모처럼만의 가벼운 몸놀림에 스스로 신이 나서 였을까? 한 마리 날다람쥐가 되어 온 산을 헤집고 다녔더니 몸에서 열이 난다. 콧잔등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혔는데 발만큼은 이상하게도 아무(?) 소식이 없다. 방수와 투습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고어텍스 소재 덕택이다. 땀이 나도 금방 마르니, 발냄새 걱정도 덜었다.

5. 너와 함께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어 

마지막으로 디자인 이야기를 해보자. 머렐 볼트보아 고어텍스는 우리가 등산화를 생각할 때 제일 처음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발목을 덮는 투박하고 멋없는 등산화보다는 날렵하게 빠진 스니커즈와 닮았다. 측면의 사선 무늬는 게다가 이 스타일리시한 등산화가 나를 등산족 중 가장 돋보이게 해줄 것은 물론이고. 게다가 산이 아니라 집 앞 공원에 신고 나가기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조금 더 본격적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풀착장을 해봤다. 아래 소개한 제품 중에 꽤 많은 것이 김우빈이 광고 속에서 입고 있었던 제품들이란 것은 비밀이다.

1. 머렐 고어 2L 재킷, 42만원

방습, 투습성이 우수한 고어텍스 소재의 재킷이다. 입체패턴을 적용해 움직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몸에 밀착된다.

2. 머렐 절개 방수캡, 3만 9000원

멜란지와 카모 원단 배색으로 세련된 느낌을 준다. 쿨맥스 소재의 땀받이를 사용해 땀의 흡수와 배출 기능이 뛰어나다.

3. 머렐 봄MVP 짚업티, 7만 9000원

멜란지 소재를 사용해 일상생활에서 입어도 충분할 정도다. 속건 기능으로 땀이나 물에 젖어도 빠르게 마른다.

4. 라이프스타일 포켓팬츠, 14만 9000원

데님처럼 보이지만, 가볍고 자외선과 적외선을 차단하고 외부의 복사열을 반사하는 똑똑한 녀석. 청량감 있는 소재는 체온을 3도 정도 낮춰준다.

5. 머렐 등산배낭 10만 9000원

등산배낭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슬림한 스타일의 백팩. 에어메쉬 등판과 멜빵으로 땀이 차지 않고, 오픈지퍼와 노트북 폼패드로 수납도 알차게 할 수 있다.

머렐 볼트보아와 함께한 이번 산행은 그동안 잠들어 있던 내 몸을 깨우는 좋은 기회였다. 가벼운 발걸음과 접착제라도 붙여놓은 듯 착착 달라붙는 볼트보아 덕에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나듯 깨어났다. 앞으로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싶어질 때마다 이 녀석을 찾게 될 것 같다.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신발이 있고, 또 그 수만큼 기능성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긴 하지만 기능이나 디자인, 가격 등 이만큼 고루고루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제품은 흔히 볼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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