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널 기다리며’, '순수 소녀' 심은경이 그린 잔혹 스릴러

입력 2016-03-03 15:25 수정 2016-03-0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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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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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이 승리하기 위한 조건은 단 한 가지다. 선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영화 ‘널 기다리며(제작 영화사 수작, 배급 NEW, 감독 모홍진)’의 희주(심은경 분)는 순수한 소녀의 모습으로 악에 대항한다. 착하고 예쁘기만 했던 그녀는 아버지의 죽음을 맞닥트린 후 치밀한 살인자로 변했다. 하지만 그녀의 살인은 이해할 만하다. 아버지를 죽인 극악무도한 살인자 기범(김성오 분)에게 엄벌을 내리지 못한 법을 원망하기보다 직접 나서 범죄자를 엄단하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기범이 출소한 후부터 희주의 시계는 돌아간다.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후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오랜 기다림은 복수에 잔혹성을 더한다. 극악무도한 살인자와 어린 소녀의 대립은 얼핏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예상케 하지만 ‘괴물’이 된 어린 소녀의 반항은 거세다.

영화는 기존 복수극과 달리 뻔하지 않다. 희주와 기범의 대립을 중심으로 베테랑 형사 대영(윤제문 분)과 기범의 오랜 친구 민수(오태경 분)의 감정이 반영되며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살인자에 대한 정의의 심판을 기다리던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 볼수록 그들의 사연에 궁금증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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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몰입감은 모홍진 감독이 준비한 회심의 무기다. ‘아저씨(2010)’, ‘내부자들(2015)’에서 입증된 박정률 무술감독의 액션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하며 ‘의뢰인(2011)’에 참여했던 최상호 촬영감독의 카메라 워킹은 긴박한 추격전 속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여기에 모 감독의 세밀한 연출은 사실감을 극대화한다.

첫 스릴러 도전에 나선 심은경은 미스 캐스팅 논란을 일축시켰다. 그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하지만 두려움에 고통 받기보다 능동적으로 복수를 계획한다. 살인을 행하는 와중에도 그녀는 일상생활에서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 이는 그녀가 행한 살인의 정당성을 관객에게 설명하는데 중요한 장치다. ‘써니(2011)’,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수상한 그녀(2014)’에서 보여준 심은경 특유의 순수한 이미지가 극 중 희주의 아픔과 행동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출소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복수를 행하는 딸의 이야기’는 얼핏 식상한 전개를 예상하게 하지만, 영화가 가진 반전의 묘미는 어떤 것을 상상하든 진한 여운을 안겨줄 예정이다. 나아가 우리 사회 흉악범에 대한 법적 처벌의 정당성과 피해자들의 고통을 이해하는데 고민의 여지를 안겨준다. 상영시간 108분, 청소년관람불가, 10일 개봉.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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