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은의 월드톡] 브렉시트, 남의 일 아니다

입력 2016-02-2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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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참석하기 전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AP뉴시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참석하기 전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AP뉴시스

“영국이 EU에 남을 수 있도록 영혼을 다 바쳐 국민을 설득하겠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각국 정상들이 30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합의안을 도출한 이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한 말입니다. 사실상 체제 분열을 우려한 EU가 영국 측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함으로써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 우려가 한층 누그러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캐머런 총리의 바람과 달리 상황은 녹록지않아 보입니다. 미국 대형은행 씨티그룹은 당초 10~20%였던 브렉시트 가능성을 30~40%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도 그야말로 초박빙 상황입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4일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응답자는 38%, EU 잔류를 지지하는 응답자는 37%였습니다. 찬반의 지지율 격차가 고작 1%포인트라 6월 23일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까지는 브렉시트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브렉시트가 국제무대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브렉시트가 처음 언급된 것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극에 달했을 때죠. 유럽 주변국의 재정위기가 심화하면서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인 영국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졌습니다. 영국 상황도 좋지 않은데 하나로 묶인 주변국에 돈을 쏟아 부어야 했기 때문이죠. 여기에 EU 회원국 간의 인력 이동이 자유로운 탓에 이민자 증가로 인한 실업률 증가, 사회불안 확대 등의 문제도 발생하게 됐습니다. 이를 의식한 캐머런 총리가 2015년 EU 영향력을 확대하고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분으로 브렉시트 카트를 꺼내 들었고 재선까지 성공했습니다. 영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EU에 나가겠다는 협박(?)성 카드가 영국 내에서 통했던 것이죠. 캐머런 총리에게 브렉시트는 EU에 대한 으름장의 수단이었지 본인이 원했던 시나리오는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의 후계자라고 불렸던 보리스 존슨 영국 런던 시장까지 브렉시트 지지를 선언하는 등 영국 내 상황은 캐머런 총리가 예상했던 시나리오와 많이 빗나가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어디까지나 영국 내 사정이고요. 더 큰 문제는 브렉시트가 현실화 될 경우 영국 안팎의 사정이 팍팍해진다는 데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중국발 악재로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글로벌 경제에 악재 하나가 추가됐다는 원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당장 일본의 경우 브렉시트 우려가 고조되면서 환율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했지만 존슨 시장 발언 한마디에 2거래일 연속 엔화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증시도 요동치고 있습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세계 무역지도도 복잡해지게 됩니다. 영국이 EU라는 단일 시장에서 나갈 경우 EU 간의 관세 등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해야 합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된다면 EU 체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도 불가피합니다. 당장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그렉시트 가능성도 불거지게 될 것이고 다른 국가의 이탈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영국과 교역하는 한국과 같은 비(非)EU 국가의 셈법도 복잡해지게 됩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것은 곧 대(對)EU 자유무역협정(FTA) 대상에서 빠지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이렇게 되면 FTA로 누렸던 관세 혜택도 모두 사라지게 되고 영국 간 개별 FTA를 체결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소시에테제네랄(SG)은 브렉시트가 유럽에 중국의 경착륙보다 2배의 충격을 줄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EU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브렉시트가 남 이야기만이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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