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터닝포인트] 세종문화회관 뒤에 숨은 서울시 공무원 갑질

입력 2016-02-19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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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뉴미디어부 차장

이른바 갑(甲)질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갑질에 대해서는 이전처럼 분노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 스스로 무감각해졌음을 고백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누군가의 갑질이 벌어지고 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세종문화회관 임원의 갑질은 이례적이었습니다. 전형적인 권력기관 또는 사정기관이 아닌 데다, 문화·예술공연 분야의 상징적인 기관이었기 때문이지요.

사정은 이랬습니다. 세종문화회관 임원이 최근 고급 한정식집 삼청각을 찾았고, 가족을 포함한 10여명과 함께 200여만원어치의 요리를 먹었습니다. 그러고서는 고작 33만원을 결제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럼에도 삼청각 직원들은 그에게 당당하게 식사비용을 청구하지 못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삼청각의 운영권을 손에 쥐고 있었고, 공짜밥을 먹은 해당 임원은 그 운영권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수년 전 삼청각 관리 운영업무를 직접 맡았고, 최근까지 운영업무를 총괄해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부분이 계약직 신분인 삼청각 직원들에게 그는 인사권을 쥔 갑이었습니다. 자연스레 신분에 불이익이 올 것을 우려한 삼청각 직원들은 그의 갑질에 응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삼청각은 공무원들이 어설픈 직위를 이용해 갑질을 할 만한 곳이 아닙니다. ‘요정정치’로 폄훼되기도 했지만 한때 남북적십자회담을 치렀고 한일회담의 막후 협상장소로 이용됐던,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합니다.

세종문화회관 간부들의 폐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전직 임원과 간부급 직원이 회계장부를 조작해 사업비를 빼돌렸습니다. 문화예술계에 몸담고 있다는, 나아가 공무원이라는 허울 좋은 겉모습을 겁없이 악용하고 다닌 셈입니다.

지난해부터 세종문화회관과 관련해 민감한 사건이 연달아 터지다보니 서울시는 서둘러 사태 수습에 나섰습니다. 사실 여부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발 빠르게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이 아니라, 발 빠르게 세종문화회관 뒤에 숨은 셈입니다.

논란이 된 세종문화회관 임원은 최근 지난해 8월에도 일부 공무원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돈을 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이들은 바로 삼청각→세종문화회관→서울시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의 꼭짓점에 근무하던, 서울시 공무원들이었습니다.

서울시는 갑질 논란에 휩싸인 산하기관 임원을 ‘직위해제’했고, 추가적인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그 갑질의 중심에는 그들 스스로가 있었습니다.

이번 갑질 논란과 관련해 온라인에서는 갖가지 비난과 자성의 목소리도 이어집니다. 그러나 사건 뒤에 숨어 있는 진짜 갑질을 놓칠 때가 많습니다. 돈을 내지 않고 공짜밥을 먹은 세종문화회관 임원에게 화살이 쏟아지는 동안,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서울시 공무원의 진짜 갑질은 묻혀 가고 있는 셈이지요.

서울시에는 공무원 행동 강령이 존재합니다. 2년 전 시행된 이른바 ‘박원순법’입니다. 단돈 1000원을 받아도 처벌한다는 엄격한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공염불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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