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칼럼] 경제 활성화와 소비자 보호운동

입력 2016-02-18 10:56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최종찬 국가졍영전략연구원장, 전 건설교통부 장관

정부는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개혁, 개방, 규제 완화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보다 지지부진하다. 그 이유는 현재 제도에서 덕을 보고 있는 계층의 저항이다. 대부분은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공급자의 반대로 개혁이 안 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과거 박카스나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는 약국에서만 판매하고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는 판매할 수가 없었다. 1980년대부터 규제완화를 추진하였으나 약국의 강력한 반대로 규제 완화가 안 되다가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일부 품목에 한해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판매가 허용되었다. 이로 인해 약국들은 수입이 줄어들었으나 소비자는 이들 제품 구입이 훨씬 편리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도 약국들은 극력 반대하였으나 소비자들은 방관하였다.

최근에 실시되고 있는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는 대기업과 영세 상인 간의 업역 다툼에서 비롯되었다. 대기업과 영세상인 간 상생이 필요한 점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여기에도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할 터인데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없었다.

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할 때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국내 농업 보호이다. 국내 농업 보호를 위해 수입을 제한하고 공산품에서 많은 양보를 하게 된다. 농민 소득 보호도 중요하지만 수출 증진은 물론 다수의 소비자 후생 증진도 생각해야 한다. 수입개방이 확대되기 전에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쇠고기를 소비하고 있었다. 농민보다 소득이 적은 저소득 소비자들도 많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원격의료 확대 문제도 공급자인 의사들 간의 이해관계로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소비자는 훨씬 편리해질 것이다. 일부 오진이 우려되나 전체적으로 득이 실보다 크다고 생각된다. 현재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평가 결과 소비자들은 대부분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소득 감소를 우려하는 개인병원들의 반대로 인해 정부가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는 수적으로는 개별 공급자보다 훨씬 많다. 규제 완화는 공급자 간 경쟁을 촉진하여 소비자의 이익이 커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체 소비자의 이익은 크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규제 완화의 이익이 미미하여 누구도 나서지는 않는다. 반면에 규제 완화로 기득권을 잃게 되는 공급자는 수적으로는 소비자에 비해 소수이지만 개별적으로는 손실이 커서 응집력이 대단히 크다. 따라서 정치적으로 보면 소수의 집단이기주의가 다수의 소비자를 이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극복하려면 소비자들이 뭉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소비자 단체들은 대부분 상품이나 서비스의 안전성, 가격 등에 중점을 두어 활동하는 것 같다. 경쟁 촉진을 위한 규제 완화 등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를 위한 정책 개선에는 소극적이다. 과거 약국들이 진통제 등의 편의점 판매를 반대할 때나, 개인병원들이 원격진료를 반대할 때 자기들 이익이 아니라 소비자 이익을 위해 반대한다고 하여도 소비자 단체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안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원격진료에 대해서 “소비자를 위한다면 규제를 완화하라”라고 주장하면 규제 완화는 훨씬 쉽게 될 것이다. 소비자들도 소비자 보호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환경 보호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소비자 보호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크게 늘어나지 않은 것 같다. 정부도 경쟁을 촉진하여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소비자 보호 운동을 적극 장려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큰 손 美 투자 엿보니 "국민연금 엔비디아 사고vs KIC 팔았다"[韓美 큰손 보고서]②
  • 개인정보위, 개인정보 유출 카카오에 과징금 151억 부과
  • 강형욱, 입장 발표 없었다…PC 다 뺀 보듬컴퍼니, 폐업 수순?
  • 지난해 가장 잘 팔린 아이스크림은?…매출액 1위 공개 [그래픽 스토리]
  • 항암제·치매약도 아닌데 시총 600兆…‘GLP-1’ 뭐길래
  • 금사과도, 무더위도, 항공기 비상착륙도…모두 '이상기후' 영향이라고? [이슈크래커]
  • "딱 기다려" 블리자드, 연내 '디아4·WoW 확장팩' 출시 앞두고 폭풍 업데이트 행보 [게임톡톡]
  • '음주 뺑소니' 김호중, 24일 영장심사…'강행' 외친 공연 계획 무너지나
  • 오늘의 상승종목

  • 05.2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6,309,000
    • +0.1%
    • 이더리움
    • 5,289,000
    • +2.78%
    • 비트코인 캐시
    • 699,500
    • +0.43%
    • 리플
    • 728
    • -1.22%
    • 솔라나
    • 243,600
    • -1.81%
    • 에이다
    • 661
    • -1.34%
    • 이오스
    • 1,168
    • -0.51%
    • 트론
    • 164
    • -2.96%
    • 스텔라루멘
    • 152
    • -1.3%
    • 비트코인에스브이
    • 91,150
    • -2.3%
    • 체인링크
    • 22,970
    • -0.43%
    • 샌드박스
    • 630
    • -1.5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