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역할

입력 2016-02-1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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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자본시장부장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 본부장에 강면욱 전 메리츠증권 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임명됐다. 금융투자 업계에서 이번 강면욱 신임 기금운용 본부장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큰 것 같다.

시장에서는 이미 최종 공모 과정에서 강 신임 본부장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우연의 일치인지 강 본부장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과 같은 고등학교와 대학의 1년 후배라는 점 때문에 내정설이 돌았다. 하지만 정치권이나 정권이 낙하산 인사로 내려보내기에는 국민연금의 역할이 너무 커 국민연금 임원추천위원회가 평판과 전문성을 충분히 심사했을 것으로 믿는다.

현재 국민연금의 연금기금 규모는 500조원으로 세계 4대 연기금으로 성장했다. 국민연금은 자본시장의 큰손 역할을 하는 데다 전 국민의 노후생활을 담보하고 있어 기금운용 본부장의 책임과 권한이 막중하다. 국민연금의 투자 판단에 따라 기업의 경영권 방어나 향방에 크게 영향을 미칠 정도다. 특히 기금운용 본부장의 판단에 따라 미래세대의 부담이 결정되거나 최악에는 기금고갈 사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기금운용 본부장의 역할이 큰 만큼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확보돼야 한다. 이젠 정치권이나 정권의 쌈짓돈 역할을 하기에는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너무 크다. 더는 정치권이나 정권에 휘둘려서도, 간섭을 받아서도 안 된다.

최근 포스코 사태에서 봤듯이 정권에 휩싸여 내부비리와 관치로 경쟁력을 잃어 설립 이후 47년 만에 포스코가 지난해 첫 적자를 기록한 점은 국민연금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은 포스코 실적 전망이 불투명했던 2012년 이후 3년간 꾸준히 매수세를 유지했다가 결국 지난해 8월 일부 매도한 점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견해이다. 저가 매수세를 하기에는 포스코 실적 전망이 너무 좋지 않았는 데다 내부 경영진의 비리 혐의가 시장에서 계속 제기되던 때이기 때문이다.

물론 매수·매도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결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지난해 일부 포스코 주식을 매도하기 전까지 1년 새 주식 평가손이 8000억원 가까이 났다. 3년을 따지면 평가손은 1조원을 넘는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여한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정치권이나 정권의 입김 없이 투자위원회의 독자적인 판단이라고 하기에는 전문성 없는 이상한 투자라는 것이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국민연금을 민간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 사업에 활용하자는 견해나 정부에서 증시 안정화 자금으로 연기금을 투입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발언은 국민연금의 독자성을 무시한 것이다. 물론 증시 붕괴를 막고 저가 매수세로 국민연금을 투입하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국민연금이 포스코 매수에서 정당성을 밝혔던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문제이다.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연금 기금을 과거 쌈짓돈으로 생각했던 인식을 아직 바꾸지 못한 것은 아닐까. 이 같은 정치적 쓰나미를 버틸 수 있게 하는 것이 기금운용 본부장의 역할이다.

강 신임 본부장이 현재 국민연금 안팎에서 보이는 의혹의 시선을 떨쳐버리려면 정치권이나 정부와 먼저 결별해야 한다. 기금운용의 수익률과 안정성,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체계적인 투자 등 산적한 현안이 많다. 높은 수익률을 좇다가는 자칫 투자 위험이 클 수 있고, 그렇다고 안정성만 추구하면 투자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또 정치권의 입김에 빠지다가는 국민연금 고갈 시기만 앞당겨 미래세대에 큰 부담만 안겨 줄 수도 있다.

국민연금이 세계 4대 연기금으로 성장한 시기에 강 신임 본부장은 기금운용 전문가로 지원해 임명된 만큼 양식에 따라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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