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건설맨으로 30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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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건설 현장소장, 정년 퇴임 맞아 불우이웃돕기 성금 1천만원 기탁... 내가 누릴 수 있었던 행복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

"공채2기 중 유일하게 정년을 맞을 수 있었던 점 정말 고맙습니다"

최근 그룹 프랜차이즈로 "고맙습니다"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삼성그룹에서 30년 회사 생활을 뒤로 하고 떠나는 은퇴직원이 불우이웃돕기에 거금을 기탁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경남지역 한 댐 공사 현장사무소장을 맡고 있는 조병식 소장(가명, 55세)이다.

지난 주 회사측에서 마련한 퇴임식장에서 조 소장은 1천만원을 회사측에 기탁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거금을 기탁했던 만큼 퇴임식을 진행하던 회사측 관계자마저 당황하게 만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조 소장의 기탁 명분은 불우이웃돕기 등 좋은 일에 써달라는 것. 하지만 조 소장이 건넨 1천만원에는 비단 불우한 이웃을 돕겠다는 선한 마음과 함께 무한한 회사에 대한 애사심과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자신의 생에 대한 고마움이 깃들여있다.

조 소장이 삼성건설에 입사한 때는 삼성이 건설사업 부문을 만든 지 불과 2년 만인 지난 78년. 조 소장은 삼성물산 공채기수로 19기지만 건설부문 공채기수는 2기. 삼성건설로선 말 그대로 '창사멤버'인 셈이다.

당시에도 삼성그룹은 여전히 국내 최고의 그룹사였다. 하지만 건설판에서 만큼은 '신참'의 쓴 맛을 톡톡히 봐야만 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조 소장은 바로 갓 고고지성을 터뜨린 삼성건설과 함께 30년을 함께 하며 결국 자신의 회사를 업계 1위에 올려놓은 30년 삼성건설사(史)의 산증인인 것이다.

학교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던 조 소장은 말그대로 전형적인 '엔지니어'다. 건설부문 토목사업본부에 소속됐던 조 소장은 줄곧 댐, 도로, 철도 등 인프라 사업장만 쫓아다니며 묵묵히 맡은 바 역할을 담당해왔다.

"엔지니어란 특별히 빛날 것도, 돋보일 것도 없는 직종입니다. 묵묵히, 소리없이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하는 직종이지요. 그렇게 30년을 보내는 동안 어느 새 우리나라와 삼성건설은 세계최고의 건설국가와 건설사로 탈바꿈해 있었습니다" 자신이 보낸 30년 세월을 겸손하면서도 자긍심을 갖고 얘기한 조 소장은 퇴임식을 맞으면서 기탁한 1천만원에 대해서도 지극히 평범한 '고마움'의 표시임을 강조했다.

자신의 30년 삶이 행운이 아닌 행복이었기에 더욱 고맙다는 것이 조 소장의 말이다. "공채 2기 기수 중 저만 유일하게 정년 퇴임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나머지 동기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회사를 떠났죠. 요즘과 같은 시기에 정년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은 아니더라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입니다"

기탁한 1천만원은 삼성건설 총무팀으로 전달돼 회사 명의로 불우이웃돕기에 쓰여질 예정이다. 조 소장은 회사 측이 충분히 배려할 것이라고만 말할 뿐 기탁금의 용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30년 삼성건설맨을 마치고 정년을 맞아 퇴직할 수 있다는 것은 저에겐 행복입니다. 또 그 기간동안 저와 제 가족들이 딱히 큰 병치레 없이 건강하고 편안한 삶을 보낼 수 있었다는 것도 행복입니다. 그 1천만원은 제가 누려왔던 행복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일 뿐. 무슨 거창한 자선도, 사회사업도 아닙니다"

끝내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는 것도 조 소장은 고사했다. 31일 현장에서 마지막 짐 정리를 할 계획이다. 서울로 올라오면 당분간 부인과 여행을 다니며 치열했던 지난 30년을 조용히 돌아본다는 게 조 소장의 생각이다. "가버린 30년 젊음과 청춘을 회사와 함께 하며 바쳤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회사가 저를 선택해주었기에 지금의 행복한 정년퇴임을 맞는 제가 있을 수 있는 거죠. 저의 가족과 제가 청춘을 바친 회사. 모두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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