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아의 소곤소곤] 외국계 금융사 임직원 수난시대

입력 2016-02-0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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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동기 중 가장 빨리 승진하고 고액 연봉자 대열에 올라섰는데, 이제는 제일 먼저 짐을 쌀 처지가 됐습니다. 제 신세가 화무십일홍 같네요.”

한국 시장 철수를 앞둔 한 외국계 금융기관 고위 관계자 A씨는 최근 기자를 만나 신세 한탄을 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 동기들, 동년배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잘 나가는 그룹에 속하던 그는 이제 백수 신세가 될 처지에 놓였다.

외국계 금융기관에서만 재직했기 때문에 다른 외국계사로 이직을 준비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한국에 진출해 있는 웬만한 외국계 IB(투자은행)들이 신규 채용을 극도로 꺼리고 있어서다.

남들보다 뛰어난 스펙과 외모, 그리고 굴지의 유학파 출신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꼽는 외국계 금융기관이 잇달아 한국 시장 철수나 사업 축소를 발표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부터 RBS(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증권과 은행에 이어 바클레이즈증권, 은행 등 영국계 IB들이 한국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또 골드만삭스도 한국 은행 부문인 골드만삭스인터내셔날은행 서울 지점 면허를 반납하고 해당 업무를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에 통합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대표 IB 선두주자인 골드만삭스가 은행업 면허를 반납하는 것은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데 실패하고 성장 산업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2012년에 자산운용 사업도 철수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짐을 싸는 외국계 금융기관이 다음엔 누가 될지 추리하기에 한창이다.

특히 외국계 금융사에 근무하는 임직원은 어려운 대내외 환경 때문에 본사 지침상 한국 시장에서 짐을 쌀 수밖에 없는 처지를 이해하지만, 그에 걸맞은 합리적인 성과 보상 대우에 목말라하는 눈치다.

통상 한국에 진출한 대다수 글로벌 IB들은 노조가 형성되어 있지 않고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 탓에 철수나 매각 등 한국 사업을 접을 때 공식 발표하는 그 순간까지 직원들이 눈치 채기 어려운 구조를 지니고 있다.

문제는 철수 발표 이후 직원들에게 사측이 제시하는 위로금 수준 등 보상 처우다.

직원들 입장에선 자신들이 다니는 회사의 운명도 재빨리 눈치 채기 어려운데, 이에 걸맞은 합리적인 성과 보상마저 따라주지 않는다면 두 번 울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증권, 은행 부문의 한국 철수를 공식화한 바클레이즈 임직원은 사측의 부당 해고에 맞서겠다며 노무법인 및 노동조합을 결성해 전면 투쟁에 나섰다. 바클레이즈가 철수를 공식화하면서 은행과 증권 일부 직원들에게 1월 말까지만 근무하고 직급, 근속기간에 상관없이 14개월치의 위로금을 주겠다고 통보한 것이 발단이 됐다.

업계 관계자도 “앞서 철수를 공식화했던 다른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많게는 3년치, 또는 24개월에서 30개월치의 위로금을 산정한 것과 비교해 바클레이즈의 보상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어려운 업황으로 본사 지침상 한국 시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외국계 금융기관의 입장도 한편 이해가 되지만, 어려운 경쟁률을 뚫고 물심양면 그동안 고생해 온 직원들에 대해 합당한 대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금융업은 누가 뭐라 해도 사람 장사다. 성과주의만을 강조하는 외국계 특유의 문화가 최근 사태 등으로 장점이 퇴색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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