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이야기]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

입력 2016-02-0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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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장

“소변을 함께 모아서 버릴 수 있는 사이가 부부 아닐까? 내가 며느리에게 그러자고 하겠어? 당신이 사위와 그럴 수 있겠어?”

내 얘기에 서로를 쳐다보며 아내와 한참을 웃었다. 양평에 있는 연구소의 수도가 얼어서 물을 길어 용변을 보던 때였다. 물 한 방울을 아끼기 위해 동시에 용변을 보려고 소변을 참는 수고까지 감내했었다.

제주공항에 발이 묶인 4000여 명의 승객을 며칠에 걸쳐 탈출(?)시키는 대란이 벌어질 만큼 기록적인 한파였다. 북극에 머물러 있어야 할 찬 공기가 극동 지방과 서유럽 북부로 내려오는 온난화의 역설 때문이란다. KTX 차량 문이 얼어 열차 출발이 늦어지는가 하면 한강의 물고기가 동사한 사진이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보일러 온도를 높게 맞춰 놓아도 좀처럼 실내 온도가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열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식사 후에 환기를 시키고, 환기시키는 횟수도 줄이며 애를 썼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잘 안다. 페달을 열심히 밟아 그 가속도로 오르막을 오르려는데 누군가가 갑자기 나타나서 속도를 줄이거나 급하게 자전거를 세워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고 나서 죽을힘을 다해 다시 오르막을 오르거나 아예 자전거를 끌고 올라간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그때 정지하느라 허비한 에너지가 얼마나 아까운지를…. 그런가 하면 다들 열심히 노를 젓는데 보트는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호흡을 맞춰 한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하는데 제각각 열심히 노만 저었지 배는 제자리에 맴돌 뿐, 에너지만 낭비했던 경험 말이다.

가족관계에도 그렇게 에너지를 낭비하는 사례가 많다. 십 수년, 수십 년을 똑같은 문제로 부부싸움을 하면서도 문제는 해결하지도 못하고 사이만 나빠지는 부부가 대표적인 예다. 자식을 잘 키우자는 일념은 똑같은데 자녀양육 방법이 달라 부부가 사사건건 싸우며 자식농사도 망치고 부부 사이도 멀어진다면 그런 에너지 낭비가 또 있을까.

지난 일을 들추어내 추궁하고 원망하고 신세 한탄만 하면서 정작 부부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 써야 할 에너지를 과거 일에 발목 잡혀 낭비만 한다면 그것 또한 원통한 일이다. 결혼 전에는 서로가 다른 매력에 끌려 결혼을 했으면서도 결혼 후에는 끊임없이 내 방식을 강요하면서 배우자를 고쳐놓고 말겠다며 덤비는 것 또한 만용이다.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들은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정작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해야 할 일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이다.

에너지관리공단이 다양한 에너지 절약 방법을 교육하고 홍보하고 있지만 가족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도 에너지 낭비를 막아야 한다. 우리 가족의 10년 후, 20년 후의 모습을 그려보며 우리 가족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립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떨리는 가족 비전을 함께 만들어 공유하는 일이 그래서 필요하다.

부부나 가족 공동의 취미나 운동으로 가족의 응집력을 키우는 일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날씨가 아무리 춥고 세상살이가 고달파도 즐거운 식사, 따뜻한 대화가 오가는 가정이라면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녹일 수 있는 안식처가 된다. 우리 집이, 아무리 지치고 고달파도 다시 에너지를 탱탱하게 충전할 수 있는 충전소와 발전소가 될 수 있도록 우리 가족 간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은 없는지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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