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우리술 이야기] 로스차일드 가문과 와인

입력 2016-01-14 13:1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로스차일드라는 이름은 엄청난 부자의 상징이고 음모론과 연결되어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을 뿐 아니라, 와인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1743년 태어난 독일계 유대인 메이어 암셸 로스차일드에 의해 융성해져, 1800년대 유럽의 금융 경제 정치를 주름잡았다. 한창 때에는 독일,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로 뻗어나가 다섯 가문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이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유럽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기도 했다.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영국, 프랑스를 제외한 세 가문의 상회가 해체되고 경제적 위상도 크게 쇠락하였다. 그러나 로스차일드 가문 사람들은 여전히 대단한 부자일 것이고 음모론이나 신비로운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음모론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이야기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후예가 유대인 비밀결사조직인 프리메이슨의 수장으로서 세계의 정치 경제를 장막 뒤에서 조정한다는 것이다. 또한 시온 의정서를 바탕으로 유대인에 의한 세계 통일정부를 만들려는 핵심 세력이라거나, 미국의 재벌 록펠러와 함께 세계 금융과 경제의 실질적 지배자라는 것 등의 이야기도 있다. 이러한 음습한 이야기 말고, 로스차일드 가문이 많은 사람과 접촉하면서 공개적으로 하고 있는 일이 와인사업이다. 로스차일드의 영국과 프랑스 가문은 프랑스 보르도 5대 1등급 와인 양조장 중 각각 1개씩을 소유하고 있다. 샤토 라피트 로스차일드와 샤토 무통 로스차일드이다.

이중 샤토 무통 로스차일드는 1850년 로스차일드 영국 상회 설립자의 아들 너대니얼 로스차일드가 파리로 이주하면서 자신이 만든 와인으로 손님을 접대하겠다며 인수한 양조장이다. 그러나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1등급 와인으로 샤토 마고, 샤토 라피트, 샤토 라투르, 샤토 오브리옹 4개만 선정되고 샤토 무통은 제외되었다. 1868년 로스차일드의 프랑스 가문이 샤토 라피트를 인수하며 샤토 라피트 로스차일드로 키워 나가자 두 집안은 와인사업으로 경쟁하게 되었다.

너대니얼의 후계자는 적극적 투자와 혁신으로 샤토 무통 로스차일드를 세계적 와인으로 발전시켰다. 1924년에 완성된 포도주를 양조장에서 직접 병에 넣어 공급하는 방식을 최초로 도입하여 유통 포도주의 신뢰를 크게 높였다. 이 방식은 지금은 일반화되었지만 당시로서는 네고시앙이라 불리는 와인 도매상들의 엄청난 반발을 무릅쓴 혁신이었다. 또한 매년 유명 화가 중 1명을 선정, 포도주 병 라벨의 디자인을 부탁하여 포도주를 예술 작품화하였다. 피카소, 달리, 샤갈 등 당대 최고의 화가가 참여하였다. 이런 노력으로 샤토 무통 로스차일드는 1973년 2등급에서 1등급 와인으로 승격되었다. 아주 예외적인 일이었다. 현재는 와인사업을 미국, 칠레 등으로 확장해 세계화하고 있다.

한국의 재벌이나 재벌 가족도 외국 술 수입이나 빵집 만드는 일 같은 것을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우리 술 사업에 참여해 세계적 명주를 만드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 직접 양조장을 운영하는 것은 일부 반대도 있겠지만 진정성을 보이면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우리 술 양조장에 대한 지원을 통한 간접적 참여도 가능할 것이다. 이는 한국의 술 산업과 음식문화의 발전뿐 아니라 농촌경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혹시 로스차일드처럼 재벌의 이름이 술과 함께 오래 남을지도 모른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오늘부터 즉각 켠다…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싫어하는 이유 [해시태그]
  • 서울대병원 17일·의협 18일 휴진…“돈 밝히는 이기적 집단 치부 말라”
  • 전세사기에 홀로 맞서는 세입자…전세권 등기·청년 셀프 낙찰 '여전'
  • MBTI가 다르면 노는 방식도 다를까?…E와 I가 주말을 보내는 법 [Z탐사대]
  •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국회 예산 협조부터 '난항' 전망
  • 카리나 시구 확정…롯데 자이언츠 경기도 관람
  • 1~4월 부가세 수입 40조 넘어 '역대 최대'…세수 펑크에 효자 등극
  • 엔비디아 시총 ‘3조 달러’ 쾌거에…젠슨 황 세계 10위 부자 ‘눈앞’
  • 오늘의 상승종목

  • 06.0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7,676,000
    • -0.24%
    • 이더리움
    • 5,197,000
    • -0.02%
    • 비트코인 캐시
    • 661,000
    • -0.97%
    • 리플
    • 696
    • -0.14%
    • 솔라나
    • 224,400
    • -1.32%
    • 에이다
    • 622
    • +1.14%
    • 이오스
    • 999
    • -0.3%
    • 트론
    • 164
    • +2.5%
    • 스텔라루멘
    • 139
    • +0.72%
    • 비트코인에스브이
    • 79,700
    • -1.24%
    • 체인링크
    • 22,540
    • +0.27%
    • 샌드박스
    • 586
    • -1.6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