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백기’인가 ‘선공’인가

입력 2007-05-10 13:16 수정 2007-05-1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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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목은 영세가맹점 부담 축소…카드 사용자 불편으로 이어질 수도

국내 카드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비씨카드가 10일 전격적으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발표했다. 이로 인해 전업계 카드사들이 비씨카드의 인하 결정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등 크게 요동치고 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등이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높다면 인하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카드사들은 현행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결코 높지 않으며, 인하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주장해 왔다.

비씨카드 역시 이러한 카드업계의 움직임에 동조해 왔는데 10일 전격적으로 가맹점 수수료를 최고 28%까지 인하하겠다는 계획을 밝힘에 따라 더 이상 카드사들의 이러한 주장은 공허해 지게 됐다.

▲가맹점 수수료 왜 내렸나

비씨키드가 가맹점 수수료를 내리면서 밝힌 명목은 영세 중소가맹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금번 가맹점 수수료율 조정은 체크카드와 신용카드의 특성을 반영해 수수료율 체계를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함과 아울러 영세 중소가맹점의 상대적인 부담을 낮추어 주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민노당과 일부 사업자협회 등에서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추라는 요구를 하면서 주장했던 부문과 일맥상통한다.

그동안 미용실 등 영세가맹점들은 골프장과 백화점, 할인점 등 대형가맹점에 비해 2배가 넘는 가맹점수수료를 내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또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과 엄호성 한나라당 의원 등은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적정 수수료 산정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들에 대해 비씨카드를 포함한 전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가 원가 이하라며 인하 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펼쳐 왔다.

이에 따라 이번에 비씨카드가 전격적으로 가맹점 수수료를 낮춘 것은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내비치고 있다.

올 대선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영세업자의 ‘표’를 의식해 가맹점 수수료의 인하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카드업계에서는 수수료 인하를 피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특히 재경부에서도 연초 우리나라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해외보다 높다고 밝히고까지 나선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떠밀리듯이 인하하기에 앞서 먼저 치고 나갈 경우 상대적으로 인하의 폭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비씨카드는 자체적인 카드 발급사라기 보다는 은행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연합회적인 성격을 갖고 있고, 카드 프로세싱 전문사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점도 가맹점 수수료 인하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즉 은행들은 카드 수수료 인하의 여력이 있는 만큼 치고 나가도 이익이 줄어들 뿐 전업계 카드사들처럼 손실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카드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은행들의 요구가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프로세싱 전문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씨카드의 고객은 일반 소비자가 아닌 가맹점들이라는 점도 가맹점 장악을 위해 유리하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외에도 전업계 민간 카드사와 달리 제3의 세력에 의한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겠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타 카드사에 미칠 영향은

금융계에서는 비씨카드의 이번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해 결국 타 카드사들도 인하를 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씨카드가 ‘공동 전선’을 깬 만큼 정관계와 시민단체 등의 인하 요구가 거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실제로 일부 은행과 카드사들은 이미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검토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소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수수료 이원화는 거스릴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씨카드도 가맹점 수수료를 이원화하면서 체크카드의 수수료를 더 크게 인하했다.

이에 앞서 KB카드도 지난 2월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최고 0.2%P 인하한 바 있다.

타 카드사들도 특히 체크카드와 신용카드의 이원화는 불가피하고, 결국 체크카드는 무조건 인하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왔다.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가맹점 수수료 문제는 카드를 사용하는 일반인들과는 직접적인 연관관계는 없다.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사와 가맹점 간의 문제이지, 카드 사용자가 지불해야 하는 부문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가맹점에서 카드를 이용할 때 보이지 않는 차별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가맹점 계약을 카드사별로 선택해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가맹점에서 어떤 카드는 되고 어떤 카드는 안되고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맹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저렴한 카드의 사용을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가맹점들은 고객들이 비씨카드를 사용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이 체크카드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신용카드와 달리 모든 카드사의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시간문제인 상황이다.

따라서 가맹점에서도 체크카드를 더욱 선호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체크카드의 이용이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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