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0월 27일 枾葉可書(시엽가서) 감잎은 글씨를 쓸 수 있어 좋아

입력 2015-10-27 10:3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너무 가난해서 종이는 물론 필기도구도 없던 시절, 모래에 나무 막대기로 글을 써서 자식을 가르친 어머니가 있다. 그런 시절엔 넓고 판판한 감잎도 필기장으로 잘 쓰였다.

중국 당나라 때 광문관(廣文館) 박사였던 정건(鄭虔·705~764)은 시서화(詩書畵) 삼절(三絶)로 불릴 만큼 뛰어났지만 늘 가난에 쪼들렸다. 어려서는 종이가 없어 감나무가 많은 자은사(慈恩寺)라는 절의 승방(僧房)을 빌려 거처하면서 감나무 잎에 글씨를 썼다. 신당서(新唐書) ‘정건 열전’에 나오는 내용이라고 한다.

박제가(朴齊家·1750~1805)도 ‘이 처사의 심계초당에서 이틀을 묵으며’[信宿李處士心溪草堂]라는 글에서 “가을 든 밭의 감잎에 초나라 역사를 베끼고, 토담집에 관솔불 밝히고 주자의 글을 외노라”[枾葉秋田抄野史 松明土屋誦朱文]라고 쓴 바 있다. 신숙(信宿)은 이틀을 묵는 것, 즉 이박(二泊)이다. 하루 묵는 건 宿이요 이틀 묵는 건 信인데, 나흘 숙박은 신신(信信), 그 이상이면 신차(信次)라고 한다. 재미있는 말이다.

조선 후기의 문신 홍한주(洪翰周·1798∼1868)의 시 ‘호젓한 집에서의 감회’[幽居感懷]에도 “단풍잎은 비로 씻겨 취한 듯 붉고/감잎은 가을에 살쪄 글 쓸 만큼 크구나”[楓林雨洗明如醉 枾葉秋肥大可書]라는 말이 나온다. 감잎을 ‘종이에 비할 만하다’[可比之紙]고 말한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나중엔 물자가 흔해져서 그럴까. 매천(梅泉) 황현(黃玹· 1855~1910)은 좀 배부른 소리를 했다. “오동 그늘은 목욕하는 것보다 시원하고/감잎은 글씨 쓰기엔 미끄럽네”[桐陰凉過沐 枾葉滑妨書]. 시 제목이 되게 길다. 제목은 ‘승주의 은성재에 손님으로 갔다가 복통으로 12일간 뒹굴던 차에 훈장 허군 동숙과 창수하다’[六月初客昇州之隱城齋以腹疾浹辰宛轉同塾師許君東淑唱酬].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아이돌 레시피와 초대형 상품…편의점 음식의 한계 어디까지?[Z탐사대]
  • 제니와 바이럴의 '황제'가 만났다…배스 타올만 두른 전말은? [솔드아웃]
  • 송다은 "승리 부탁으로 한 달 일하고 그만뒀는데…'버닝썬 여배우' 꼬리표 그만"
  • ’돌아온 외인’에 코스피도 간다…반도체·자동차 연이어 신고가 행진
  • ‘빚내서 집산다’ 영끌족 부활 조짐…5대 은행 보름 만에 가계대출 2조↑
  • “동해 석유=MB 자원외교?”...野, 의심의 눈초리
  • 미끄러진 비트코인, 금리 인하 축소 실망감에 6만6000달러로 하락 [Bit코인]
  • 명승부 열전 '엘롯라시코'…롯데, 윌커슨 앞세워 5연속 위닝시리즈 도전 [프로야구 16일 경기 일정]
  • 오늘의 상승종목

  • 06.1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464,000
    • +0.76%
    • 이더리움
    • 5,080,000
    • +0.77%
    • 비트코인 캐시
    • 612,000
    • +0.58%
    • 리플
    • 695
    • +1.76%
    • 솔라나
    • 206,200
    • +0.73%
    • 에이다
    • 589
    • +1.03%
    • 이오스
    • 936
    • +0.43%
    • 트론
    • 164
    • +0.61%
    • 스텔라루멘
    • 140
    • +2.19%
    • 비트코인에스브이
    • 70,000
    • -1.06%
    • 체인링크
    • 21,210
    • +0.19%
    • 샌드박스
    • 545
    • +0%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