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희 성폭행사망' 미궁으로…스리랑카인 항소심도 무죄

입력 2015-08-1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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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대구에서 발생한 '계명대 여대생 정은희(당시 18세)씨 사망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스리랑카인 K(49)씨에게 항소심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했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이범균 부장판사)는 11일 특수강도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K(49)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 일부를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서 범행 내용을 전해들었다는 증인의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고 설령 증거능력이 있다하더라도 모순점이 많아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등이 중대한 범행내용을 별다른 친분이 없는 증인에게 아주 구체적으로 말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속옷에서 발견된 정액의 유전자가 피고인 유전자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감정 결과 등으로 볼 때 피고인이 단독으로 혹은 공범들과 함께 피해자를 강간하는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이 부분은 공소시효(10년)가 끝나 처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K씨는 같은 스리랑카인 공범 2명과 함께 1998년 10월 17일 새벽 대학 축제를 마치고 귀가 중이던 정양을 대구 달서구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됐다. 공범 2명은 2001년과 2005년에 각각 고국으로 돌아간 상태다.

정양은 당시 구마고속도로에서 25t 덤프 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현장에서 30여m 떨어진 곳에서 정양 속옷이 발견됐지만, 경찰은 당시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 내렸다.

영구 미제로 묻힐 것 같았던 이 사건은 13년이 지난 2011년 K씨가 검거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성매매 권유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K씨의 DNA가 정양이 숨질 때 입고 있던 속옷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 항소심 재판을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공소장까지 변경하며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특수강도강간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검찰은 변경한 공소장에 피고인 등이 정양을 만나게 된 과정, 피해자의 사망 직전 상황, 특수강간 외에 특수강도 범행이 동시에 이뤄졌다는 정황 증언 등을 기술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스리랑카인 공범 세 명은 사건 당일 대구시 달서구 성서공단 인근 마트 앞길에서 술을 마시다가 귀가하던 정양에게 말을 걸었다. 이어 만취한 정양을 자전거에 태워 3∼4㎞ 떨어진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로 데려가 번갈아 성폭행했다.

몹쓸 짓을 하는 과정에서 정양 가방을 뒤져 학생증과 책 세 권 등을 챙겼다는 주변 증언도 보강했다.

검찰이 새로 확보한 스리랑카인 증인은 정양이 현장을 벗어나 고속도로로 올라가면서 중앙분리대 부근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소리를 듣고 K씨 등이 급하게 자리를 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K씨에게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피해자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달아나는 과정에서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했음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는 등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무죄가 나오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검찰은 상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줄곧 검찰 수사에 의구심을 드러내온 정양 유족들은 무죄 선고에 반발했다.

K씨를 범인으로 특정하기 어려운 데도 과거 수사발표를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짜맞추기식'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제3의 범인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유족 측은 "검찰이 궤도를 이탈해 억지 수사를 하고 있다"며 "짜맞추기 수사에 더 이상 항의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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