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노동개혁: 마이너와 메이저를 넘나들게 하는 것

입력 2015-08-0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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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

노동개혁은 지금도 이미 늦어진 과제다. 최근 르노자동차는 차생산 업계에선 처음으로 호봉제를 폐기하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 전국교사노조는 업무 성과에 따른 차등지급분을 거둬 서로 똑같이 나눠 갖는 저항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 사회가 맞이한 노동개혁의 방향은 단 하나다. 능력에 맞춰 보수가 책정되고 반복된 저성과자는 해고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무 능력을 더 갖춘 근로자가 메이저리그로 올라가고 그렇지 못한 근로자는 마이너리그로 내려오는 노동시장이 조성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지만 대기업과 공공노조의 조직된 힘에 눌려 20년 이상 지체되어 왔다. 다행히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김무성·문재인 여야 대표 모두 노동개혁의 불가피성은 인정하고 있다.

먼저 업무능력과 기여도에 따른 보수체계가 확립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호봉제와 같은 연공서열(年功序列)제가 완화되거나 폐지되어야 한다. 60세에 이를 때까지 세월이 갈수록 업무능력이 향상되고 생산활동에 기여한다는 것은 입증된 바 없다. 그럼에도 나이가 계급이고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되었나로 급여가 결정되는 사회는 유지될 수 없다. 입사 20년만 지나면 누구나 신입직원보다 3배 높은 급여를 받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나이로 임금 받는 나라다.

이번 노동개혁의 핵심은 해고(解雇)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해고는 못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구조는 생산성과 경쟁력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청년과 자녀의 일자리만 줄이는 악순환을 만든다. 능력 없는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없다면 능력을 갖춘 인력을 채용할 수 없다는 말이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도 바로 기존 직원이 직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성과가 없는데도 해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공공부문이나 대기업에 한번 진입할 경우, 60세까지 고연봉을 받으며 버텨낼 수 있다면 그것은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격이다. 해고 없이 30여년간 평균 연봉 9000만원의 성과를 낼 노동자를 지금 더 채용하라는 것은 대기업에게 모험을 하라는 것이고, 그러다 기업이 망해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청년실업의 본질도 청년들이 마이너리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할 수 없게 만들어진 구조에 있다. 한번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하면 끝까지 마이너리그에서 끝내야 하는 사회에서 누가 그 길을 가려고 하겠는가. 청년들의 책임이 아니라 메이저리그로 넘어갈 수 없는 노동구조 때문이다. 한번 들어가면 해고 없는 고연봉이 보장되는 메이저리그가 유지되는 한, 마이너리그의 기업에는 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 당연하다. 청년들은 대기업과 공공노조가 만든 기득권의 희생자다.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올라갈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만들려면 메이저리그 노동자도 마이너리그로 내려가게 해야 한다. 물론 메이저리그 노동자가 마이너로 갔다가도 경쟁력을 갖추면 다시 메이저로 복귀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해고가 가능할 때 경쟁력도 유지되고 일자리가 확대됨에도 메이저리그 노조는 집단적 힘을 무기로 결코 내려가지 않는 기득권을 쌓아놓고 있다. 이번 노동개혁의 과제는 기득권 없이 누구에게나 동등한 노동기회가 열리게 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이나 마이너리그에서 출발하는 ‘장그래’도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기회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고려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 박사 △스탠포드대학교 후버연구소 객원연구위원 △국가보훈위원회 위원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자유민주연구학회 회장 △독립기념관 비상임 이사 △나라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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