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인사이드] 상처 투성이 면세점 전쟁

입력 2015-07-15 12:00 수정 2015-07-1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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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승자도 웃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재벌가문 안배설에 서울 시내 지역별 형평성, 불투명한 평가, 사전정보유출, 그리고 뒷북 조사까지. 삼성을 비롯해 롯데, SK, 신세계 등 내로라하는 국내 재벌가가 총출동해 남긴 이번 면세점 전쟁의 상흔들이다.

입찰 초기부터 특정 기업 내정설과 관세청 로비설이 난무하며 후폭풍을 걱정했던 언론과 업계의 예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입찰 방식과 심사의 공정성 모두 우려했던 대로다.

관세청은 면세점 선정 결과 발표 당시 선정 정보 사전 유출설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심사위원들이 외부와 철저히 차단됐고 발표 당일 오후 4시쯤 윤곽이 드러났기 때문에 유출 의혹은 말이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관세청은 어제 부터 자체 감사에 착수했고 CCTV와 전화통화 기록 등을 전부 뒤지고 있다. 이번 심사의 불공정성 논란을 사전에 막지 못한 댓가다.

승자들은 좌불안석이다. 이기긴 했지만 쏟아지는 뒷말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불과 나흘 만에 두 배 이상 주가가 뛴 한화갤러리아는 만의 하나 사전유출설의 희생양이 될까 걱정스러운 눈치다. 그룹에서는 자신들과 관련된 기사마다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HDC신라면세점)은 선정 발표 이후에도 몸을 잔뜩 낮추는 모양새다. 입찰 초부터 파다했던 근거없는(?) ‘내정설’이 승리 후에도 자신들의 발목을 잡을까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지난 10일 관세청 심사가 한창인 오후 1시쯤 기자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오후 4시쯤 윤곽이 잡힐 것이라던 심사 결과가 저 위(?) 어디쯤에서는 이미 알고 있다는 얘기였다. 데스크에게 곧바로 보고했지만 주식 시장에 끼칠 영향을 우려해 더이상은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물론 선정 결과는 통화 내용과 똑같았고, 해당 기업의 주가는 이미 가격제한폭 까지 올라갔다.

각종 설이 난무하면 이기고도 찝찝한 기분이 든다. 시쳇말로 연장 없이 맨손으로 맞짱을 뜨자고 했던 룰이 깨져 이긴 자도 명예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결과는 관세청이 자초했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특혜성 사업이 아니라 한국 관광산업을 책임질 중요한 먹거리라는 점을 설득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 그렇고, 평가점수의 일부가 객관성이 결여됐다는 점도 그렇다. 더 심각한 건 이래 놓고도 모든 기업의 점수와 순위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뻔뻔함에 있다고 시민단체 등은 지적한다.

패자는 더 씁쓸하다. 치명적인 내상을 입었지만 11~12월 특허가 만료된 세 군데 면세점의 입찰이 기다리고 있다며 그나마 패자부활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위안이다.

과연 그럴까? 업계에선 아무리 업체의 목줄을 쥐고 있는 정부라 하더라도 수 천 명의 고용 인원과 그동안 여행업계와 구축한 탄탄한 사업 네트워크 등을 순식간에 내팽개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기존 업체가 유리한 게임이라고들 한다. 인천공항 면세점 처럼 돈을 걸고 베팅하는 경쟁입찰이 아닌 바에야 경쟁업체로 교체되기는 힘들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다.

물론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한국 사회에선 이마저도 불안할 수 있다. 업게의 한 관계자는 “혹시 모르지 않나? 기존 업체가 담당 부처에 밉보여 한 방에 날아갈지…”라고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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