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손님' 천우희 "'여배우' 틀 깨고 '배우'로 돋보이고 싶다"

입력 2015-07-1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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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천우희가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까페에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배우 천우희의 가치는 연기력에서 나온다. ‘예쁜’ 여배우에 익숙했던 관객은 천우희의 ‘신들린’ 연기력에 감탄했다. 그렇다고 천우희가 예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미모와 연기력을 동시에 갖춘 그녀는 명실상부한 충무로 대세 여배우다.

영화 ‘한공주’의 파급력은 천우희의 차기작을 기대케 했다. 그녀의 선택은 영화 ‘손님’(제작 유비유필름, 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감독 김광태)이었다. 천우희는 극 중 신 내림을 기다리는 선무당 미숙 역으로 미스터리 향기를 진하게 풍겼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천우희에게 ‘손님’ 출연 소감을 물었다.

“전작에서 제 나이보다 어린 역을 주로 하다가 젊은 과부를 연기하게 됐어요. 미숙은 시나리오에서 표현된 부분이 적어 연기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인물이었죠. 전사가 짧게 표현돼 있어 지문에 얽매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인물이 처한 상황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고, 구성을 새롭게 해보려고 했어요. 수줍고 어리숙한 성격과 숨죽여 사는 모습 등 모든 것을 대사 한 마디, 눈빛 하나에 내포해야 했어요. 쉽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시나리오의 독특함이 좋아서 도전의식이 생겼어요.”

▲배우 천우희가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까페에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극 중 미숙의 수많은 감정 표현 중에서 악사 우룡(류승룡)과의 은밀한 로맨스는 다양성을 더하는 필수 요소다.

“류승룡 선배님과 로맨스 호흡이 잘 맞을지 겁이 났어요. 가장 고민이 됐던 부분은 성숙함을 장착하는 것이었어요. 처음에는 목소리 톤을 바꿔보려 했지만, 인위적으로 나이 든 연기를 하는 것 같아서 조금 살을 찌워 겉모습에 변화를 줬어요. 개인적으로 영화 속 우룡과 미숙의 러브신은 수위가 적당했다고 생각해요. 좀 더 직접적 표현이었다면 두 사람 사이의 안타까움이 덜했지 않을까요.”

류승룡은 그런 천우희에게 배려 가득한 존재였다.

“(류승룡이) 굉장히 잘 챙겨줬어요. 산골 마을 촬영현장에 여자는 저 혼자였기 때문에 불편한 건 없는지 항상 배려해줬어요. 남성적인 것 같지만 의외로 섬세해요. 이성민 선배님 역시 ‘츤데레’ 스타일로 다가와 줬어요. 툭툭 내뱉는 것 같지만, 애정이 묻어있었죠. 촬영하면서 두 선배에게 많이 의지했어요.”

▲'손님' 천우희(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손님’은 반전 결말로 재미를 더한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모티브로 한 만큼 쥐떼의 존재는 결정적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쥐가 더 많았어요. 김광태 감독님은 ‘꼭 쥐여야만 했다’고 말했어요. 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혐오스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섬뜩함을 줄 수 있는 동물이잖아요. 몇몇 관객들께서 쥐가 너무 많아 징그럽고 무섭다고 하는데 저는 무섭지 않았어요.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른 것 같아요.”

‘손님’의 시나리오는 지난해 4월, ‘한공주’ 개봉 직후 천우희에게 전달됐다.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이 말해주듯 어느새 그녀는 최고의 여배우가 되어 있다.

“청룡영화상 이후 시나리오 선택의 폭이 넓어진 건 사실이에요. 기회가 많아졌어도 저에게 역할의 비중은 여전히 중요하지 않아요. 가장 중요한 건 시나리오예요.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을 믿는 편이에요. 제가 흥미롭고 재밌게 받아들이면 관객들께서도 분명히 그렇게 느낄 거로 생각해요. ‘손님’ 역시 시나리오를 접하고 ‘참신하다’고 생각했어요.”

▲배우 천우희가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까페에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말 그대로 대세 여배우가 됐지만 천우희의 마음가짐은 신인 때와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아지니 배우로서는 물론이고, 기본적인 삶에 어려움이 많아졌어요. ‘더 좋은 옷을 입고, 더 좋은 곳에 살아야 하지 않나’라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상을 받기 전이나 후의 마음가짐이 다르지 않거든요.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니 스스로 갇히는 부분이 많아져서 어느 순간 해탈하게 됐어요. 저는 예전처럼 최선을 다해서 묵묵히 연기해야죠.”

천우희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녀의 실제 성격이 궁금해졌다.

“낯도 많이 가리고 소심한 성격이에요. 수업시간에 쑥스러워서 연기 발표도 제대로 못 한 걸요. 그래도 무대에 올라가는 건 안 떨려요. 대담할 때도 있고 수더분한 편이에요.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한없이 예민하지만, 그 외는 신경을 쓰지 않아요.”

▲'손님' 천우희(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천우희와 호흡을 맞춘 한 감독은 그녀에게 “여배우의 선입견이 있었는데 함께 연기하면서 틀이 깨졌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은 천우희의 연기 인생 목표를 설정하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여배우라는 한계를 깨고 싶어요. 여배우가 아닌 그냥 배우로 돋보이고 싶어요. 색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은 없지만 뭔가 더 과감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천우희가 주연을 맡은 ‘손님’은 1950년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산골 마을로 들어선 낯선 남자와 그의 아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숨기려 했던 비밀과 쥐들이 기록하는 마을의 기억을 다룬 판타지 호러다. 상영시간 107분, 15세이상관람가, 절찬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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